11월 말에 이게 쏟아졌다고?…군산 앞바다 뒤흔든 ‘국민 수산물’ 정체

2025-11-20 15:01

add remove print link

수온 15도, 사라져야 할 주꾸미의 역습
생태계 변화의 신호? 11월 주꾸미 대량 출현

11월이면 주꾸미는 이미 시즌이 끝났어야 한다. 수온이 떨어지면 깊은 바다로 이동하고 연안에서 자취를 감추는 게 ‘정석’이다. 그런데 올해 군산 앞바다는 정반대 풍경이 펼쳐졌다. 사라졌던 주꾸미가 11월 중순 이후 되레 떼로 몰려들며 대량 포획되고 있는 것이다. 현지 낚시 업계는 “설명할 수 없는 역주행 현상”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전북일보에 따르면 11월 11일을 기점으로 군산 앞바다 낚시어선에서 주꾸미 조황이 갑자기 치솟았다. 금어기(5월 11일~8월 31일) 이후 9월부터 본격 조업에 들어가는 주꾸미는 보통 초가을에 가장 활발하게 잡히고 이후 개체 수가 급감한다. 실제로 군산 주꾸미 조업 패턴을 보면

9월: 1인 200~500마리, 10월: 50~180마리, 11월: 10~100마리

이 흐름이 수년째 이어져 왔다. 그런데 11월 중순, 줄어들어야 할 시기에 되레 다시 ‘풍년’이 터지며 낚싯배들이 문어·갑오징어에서 다시 주꾸미로 장르를 되돌리고 있다.

핵심은 수온 변화다. 바다타임 어플에 따르면 군산 앞바다 수온은 9월 1일 29.5도, 10월 1일 24.7도, 11월 1일 18.2도, 11월 19일 현재 15.5도까지 떨어졌다. 15도대면 주꾸미가 연안에서 사라지는 수온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 시점에 다시 무리가 등장하며 업계는 혼란스러운 눈치다.

주꾸미 / 보령시 제공, 연합뉴스
주꾸미 / 보령시 제공, 연합뉴스

군산 A낚시어선 선장은 “주꾸미가 다시 풍년을 이루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뭐라 설명할 길이 없다”며 “통상 수온이 떨어지면 모두 깊은 곳으로 이동하는데 이 날씨에 주꾸미를 본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해류 변화, 먹잇감 이동, 특정 수온층의 형성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 주꾸미가 ‘국민 수산물’로 불리는 이유

기이한 역주행 조황이 관심을 모으면서, 주꾸미 자체의 영양 가치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주꾸미는 피로 회복 성분 ‘타우린’이 모든 수산물 중 최상위권에 속한다.

주꾸미 샤부샤부 / 보령시 제공, 연합뉴스
주꾸미 샤부샤부 / 보령시 제공, 연합뉴스

주꾸미 100g당 타우린 함량은 1305mg. 이는 굴(1163mg), 바지락(1052mg), 꼴뚜기(733mg) 보다도 훨씬 많다. 성인의 하루 타우린 권장량(1000mg)을 한 번에 충족하는 수준이다.

타우린은 체내 당 분해 촉진, 피로 물질 감소, 강력한 항산화 작용 효과가 있어 ‘기력 회복 대표 식품’으로 꼽힌다. 브라질 상파울루대 연구에서도 타우린 3~6g을 꾸준히 섭취한 사람들에게서 산화 스트레스 감소와 항산화 효소 증가가 확인된 바 있다.

주꾸미는 불포화지방산(DHA)과 철분 함량도 높다. DHA → 혈액순환 개선·콜레스테롤 수치 감소, 철분 → 빈혈 예방·체지방 연소에 중요한 역할, 또 100g당 열량이 47kcal에 불과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필수 아미노산도 고르게 포함돼 있어 영양적 완성도가 높다.

특히 주꾸미와 돼지고기는 궁합이 좋다. 돼지고기의 높은 지방·콜레스테롤을 주꾸미의 타우린이 보완해 ‘쭈삼불고기’가 건강식 조합으로 꼽힌다. 미나리·양배추·케일처럼 비타민 C가 풍부한 채소와 함께 먹으면 철분 흡수도 크게 증가한다.

유튜브, KBS Entertain

■ 손질·보관도 간편

주꾸미 손질은 어렵지 않다. 머리와 다리 연결 부위를 칼집 내고 → 머리를 뒤집어 내장·먹물을 제거하고 → 다리 안쪽에 박힌 입만 빼내면 끝. 먹을 양만큼 소분해 냉동 보관하면 오랫동안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

군산 앞바다에 몰린 주꾸미 낚시 어선 / 군산해경 제공, 연합뉴스
군산 앞바다에 몰린 주꾸미 낚시 어선 / 군산해경 제공, 연합뉴스

예년 같으면 이미 문어·갑오징어로 넘어갔어야 할 11월 군산 바다가 올해는 주꾸미 떼 재등장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은 단순 조황 이상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며 연안 생태 변화의 신호로 분석할 여지도 있다고 본다.

‘11월 말에 이게 쏟아졌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만큼, 올해 군산 앞바다에서는 가을 수산물 최대의 대반전이 벌어지고 있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