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짜리 방에 차려진 ‘천상의 만찬’"

2025-11-2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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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짜리 방에 차려진 ‘천상의 만찬’"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11월의 차가운 공기가 도시의 가장 낮은 곳을 파고들던 19일, 서울의 한 쪽방촌에 잠시 천국이 임했다.

잊혀진 이웃들의 허기진 배와 시린 마음을 채우기 위해, 이름도 빛도 없는 봉사자들이 차려낸 ‘추수감사절 밥사랑 잔치’가 삭막한 골목에 사람의 온기를 가득 채웠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밥퍼’

이날 잔치는 단순한 무료 급식이 아니었다. 고독사가 남의 일이 아닌, 1인 가구가 64%를 넘는 이 절박한 동네에서,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는 소중한 연대의 자리였다. 횃불트리니티 신학대학원 동문(회장 김병준 목사)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쪽방촌과 독거어르신 및 거동 불능한 독거노인을 섬기는 소셜서비스 NGO (사)월드뷰티핸즈(회장 최에스더 신한대 교수)와 (사)해돋는마을(이사장 장헌일 목사, 신생명나무교회), 고독사제로 향한 고독생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등이 모인 봉사자들은, 거동이 불편해 문밖출입조차 힘든 어르신들을 위해 기꺼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음식을 넘어, 마음을 나누다

이들의 섬김은 식판 위에만 머물지 않았다. 하모니카 연주가 외로운 마음에 위로를 건넸고, 따뜻한 기도 한마디가 희미해져 가던 삶의 소망을 다시금 일깨웠다. 잔치에 참석하지 못한 채 골방에 누워있는 어르신들을 위해서는, 봉사자들이 직접 도시락을 들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문을 열고 마주한 어르신의 주름진 손을 맞잡는 순간, 음식은 마음이 되었다.

####“내년에도 꼭 다시 뵙겠습니다”

행사를 주관한 장헌일 이사장은 “고독이 질병이 되어버린 시대에, 함께 나누는 밥 한 끼가 가장 확실한 처방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의 이 온기가 어르신들의 춥고 긴 겨울을 이겨낼 작은 힘이 되기를 바란다”며,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따뜻한 공동체의 회복을 간절히 기원했다.

####이름 없는 천사들의 합창

이날의 잔치는 목회자뿐만 아니라, 찬양사역자, 영양사, 그리고 평범한 주부들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헌신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의 이름 없는 땀방울이 모여, 세상에서 가장 소외된 이들을 위한 가장 따뜻하고 풍성한 추수감사절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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