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축구선수까지 의뢰... 정말 특이한 서비스 제공하는 일본회사
2025-11-2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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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상담에 모무리 내부가 술렁였다“
퇴사 대행 회사 직원 퇴사 때 다른 회사 이용
"의뢰인이 '축구클럽 퇴사도 가능한가'라고 물어봤다. 클럽 운영 직원인가 싶어 고용 형태를 물었더니 '선수'라고 답했다."
일본에는 퇴사하고 싶지만 직접 회사에 말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퇴사 의사를 대신 전달해주는 독특한 서비스ㄹ르 제공하는 회사가 존재한다. '퇴사 대행'으로 불리는 이 서비스는 본인 대신 회사에 퇴사 의사를 통보하고, 경우에 따라 잔업수당 청구 등의 업무까지 처리해준다. 그중 '모무리(モームリ)'는 2022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누적 이용자가 4만 명을 넘어서며 업계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의뢰비는 정규직은 2만 2000엔(약 20만 5200원), 알바는 1만 2000엔(약 11만 1900원)이다. 성공률이 100%라고 한다. 
모무리는 △당장 퇴사하고 싶다 △퇴사 의사를 전했는데 그만두게 해주지 않는다 △회사에 가지 않고 퇴사하고 싶다 △스스로 퇴사 의사를 밝힐 수 없다 △그만두고 싶은데 퇴사하기까지 과정이 귀찮다 △회사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지 않다 △지금 환경에서의 퇴사에 대해 객관적 의견을 듣고 싶다 등의 경우에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라고 안내해왔다.
최근 이 모무리가 의뢰인 정보를 공개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모무리 공식 X(옛 트위터)가 지난달 2일 올린 게시물 때문이다. 회사 측은 "예상치 못한 상담에 모무리 내부가 술렁였다"며 축구선수로부터 퇴사 대행 상담을 받았다는 에피소드를 사내 반응과 함께 공개했다. 이 게시물은 곧장 논란을 불렀다. "의뢰인에게 공개 허가를 받았나", "의뢰인이 특정될 수 있는 게시물을 올려도 되는 것이냐" 등의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모무리를 운영하는 알바트로스는 "축구클럽 선수로부터는 상담만 있었을 뿐 의뢰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며 "의뢰까지 가지 않았기 때문에 개별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마추어를 포함해 축구클럽은 전국에 2만 개 이상 있고 퇴사 대행도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 특정에는 이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동아리를 그만두고 싶다, 학원을 그만두고 싶다, 대학을 그만두고 싶다는 상담도 받은 적이 있어 그것과 비슷한 정보라고 판단했다"며 "모무리 웹사이트의 개인정보 보호방침 '개인정보 이용 목적'에 마케팅 사용 기재가 있는 것도 X에 게시한 이유"라고 밝혔다.
회사는 축구선수의 퇴사 상담에 대해 "소속 단체와의 계약 관계 등이 있기 때문에 당사에서는 대응을 맡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다른 의뢰인의 퇴사 이유 등 정보 발신에 대해선 "개인이 특정되지 않는 범위에서 당사 서비스에 사용한다는 뜻을 히어링 시트 회답 시 승낙받은 뒤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에 대해선 "허가를 받지 않지만 특정되는 정보는 숨긴 뒤 발신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무리 공식 X는 평소 의뢰인의 퇴사 이유나 퇴사 의사를 전달했을 때 기업 측의 대응 등의 정보를 발신해왔다. 이런 콘텐츠가 서비스 홍보에 활용돼 온 셈이다.
모무리는 현재 더 심각한 법적 논란에도 휩싸여 있다. 경시청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알바트로스 본사를 가택수색했다. 경시청에 따르면 알바트로스는 퇴사 희망자를 변호사에게 알선하고 소개료 명목으로 보수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잔업수당 청구 등 비변호사의 법률 업무 대행 행위(비변 행위) 혐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택수색 직후 모무리 공식 X 계정은 업데이트를 중단했다가 지난달 27일 "영업도 재개했기 때문에 오늘부터 평소대로 이 계정을 운용하겠다"며 일상 업데이트를 재개했다. 앞서 알바트로스는 지난달 24일 성명을 통해 "회사는 본 사태를 엄숙히 받아들이며 계속해서 경시청 수사에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새로운 관리 체제를 구축하겠다며 현재 고문 변호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임원 체제를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다니모토 신지(谷本慎二) 알바트로스 대표도 자신의 X 계정에 성명을 발표해 사과하며 "지금까지보다 한층 더 법령 준수를 철저히 해 서비스를 앞으로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알바트로스 회사 문화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전 직원 A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회사의 비정상적인 기업 문화를 폭로했다. A씨는 대표와 부장인 그의 부인이 직원 업무일지에 인격 모독적 언어를 적었다고 주장했다. 2주에 한 번씩 전 직원에게 발송되는 '실수 PDF' 문서에 직원 전원의 이름과 실수 내용, 횟수를 목록화했으며, 실수가 많은 직원 이름은 빨간 글씨로 강조했다고 A씨는 전했다.
모무리는 "퇴사 대행이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든다"는 기업 이념을 내걸었지만, 정작 자사 직원조차 보호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A씨는 "알바트로스를 그만둔 직원 중 최소 5명이 동종 업계 타사의 퇴사 대행을 이용해 퇴사했다"며 "처음 퇴사 대행으로 그만둔 직원이 나왔을 때 대표가 '소재로 삼자'며 유튜브 동영상으로 만들었는데 비난이 쏟아져 곧바로 삭제됐다"고 증언했다.
카라오케 매장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알바트로스 대표는 "블랙 기업을 바꾸고 싶다"며 창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A씨는 "대표는 자신이 당한 일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라며 "자신이 싫어했던 구조를 자기 회사에서 재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