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굴은 외국산보다 안전하지 않잖아'란 생각이 크나큰 오해인 이유

2025-11-2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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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식 발표한 내용 새삼 조명

국산 굴 / 뉴스1 자료사진
국산 굴 / 뉴스1 자료사진
겨울 제철 수산물 굴을 두고 노로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산 굴의 노로바이러스 검출률이 외국산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조사 결과가 재조명되고 있다. 해당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산 굴의 위생 상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실제로는 외국산 굴의 노로바이러스 오염도가 훨씬 높다.

한국소비자원은 2012년 12월 '노로바이러스 모니터링 결과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시중에 유통 중인 굴 40종을 조사한 결과 1종에서만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돼 검출률이 2.5%에 그쳤다. 반면 외국의 굴 노로바이러스 오염률은 3.9%에서 76.2%에 달해 한국산과 큰 차이를 보였다.

국산 굴 / 뉴스1 자료사진
국산 굴 / 뉴스1 자료사진

영국 식품안전청(FSA)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영국 전역 해안의 굴 844종을 조사한 결과 643종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돼 76.2%의 검출률을 기록했다. 한국의 30배가 넘는 수치다. 검출된 노로바이러스 유형을 보면 GI 유형만 검출된 경우가 176종(20.9%), GII 유형만 검출된 경우가 65종(7.7%), GI과 GII가 동시에 검출된 경우가 402종(47.6%)이었다. 노로바이러스의 GI 유형과 GII 유형은 유전자 구성에 따라 분류된 그룹이다. 이 중 GII 유형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우세하게 유행하며 대규모 집단 감염을 주로 일으키는 유형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2008년부터 2009년까지 굴을 포함한 패류 3종 70개를 조사해 36개에서 노로바이러스를 검출했다. 검출률은 51.4%로 절반을 넘었다. 이탈리아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조개류 6종 163개를 모니터링한 결과 94개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돼 57.7%의 검출률을 보였다.

국산 굴 / 뉴스1 자료사진
국산 굴 / 뉴스1 자료사진

뉴질랜드는 2008년 굴 60개를 조사해 30개에서 검출됐으며, 검출률은 50%였다. GII 유형만 검출된 경우가 12개(20%), GI과 GII가 동시에 검출된 경우가 18개(30%)였다. 프랑스는 2008년 굴 62개를 조사해 33개에서 검출돼 53%의 검출률을 기록했고, 2010년 굴과 홍합 46개를 조사했을 때는 15개에서 검출돼 32.6%를 나타냈다.

네덜란드는 2003년부터 2004년까지 굴과 홍합 42개를 조사해 6개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돼 14.3%의 검출률을 보였다. 일본은 2001년부터 2002년까지 굴 191개를 모니터링한 결과 17개에서 검출돼 9%를 기록했다. 미국은 2007년 워싱턴주에서 굴 388개를 조사해 15개에서 검출됐으며, 검출률은 3.9%였다.

노로바이러스는 급성 위장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바이러스다. 20nm 정도의 소형 원형 바이러스다. 10~100개의 적은 수로도 감염을 유발한다. 냉장·냉동 온도에서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감염력을 유지하는 특징이 있다. 오염된 식품을 섭취한 후 24~48시간이 지나면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식중독 증상을 유발한다.

한국소비자원은 당시 서울 시내 대형 유통 매장, 백화점, 재래시장, 도매시장 등 14곳에서 수산물 100종을 구입해 조사했다. 가열하지 않고 섭취 가능한 수산물 60종(굴 40종, 우렁쉥이·해삼 각 10종)과 가열 후 섭취하는 수산물 40종(키조개·바지락·홍합·꼬막 각 10종)을 대상으로 실시간 유전자 증폭 반응(Real-time PCR), 유전자 증폭 반응(Conventional PCR), 염기서열 분석 등의 방법으로 노로바이러스를 검출했다.

조사 결과 굴 1종, 바지락 2종, 홍합 1종 등 총 4종(4.0%)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가열하지 않고 섭취 가능한 수산물 60종 중에서는 굴 1종만 검출돼 1.7%의 검출률을 보였다. 가열 후 섭취하는 수산물 40종에서는 바지락 2종과 홍합 1종에서 검출돼 7.5%의 검출률을 기록했다.

검출된 노로바이러스의 유형을 분석한 결과, 굴에서는 GI 유형이, 바지락 2종에서는 GII.13 유형이, 홍합에서는 GI.4와 GII.4 유형이 동시에 검출됐다. 노로바이러스는 분류학적으로 5개 유전자형(GI~GV)으로 나뉘며, 이 중 GI과 GII 2개 유전자형이 사람에게 식중독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보고서는 한국산 굴의 낮은 노로바이러스 검출률에 대해 "정부의 해역 수질관리 대책 수립 및 시행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12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수출 패류 생산 지정 해역 위생 점검 이후 인분이 지정 해역으로 직접 유입되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국내산 굴 수입을 중단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뗏목식 바다 공중화장실'을 설치하는 등 위생 관리를 강화했다. 굴 생산 지정 해역으로 어업인들의 인분이 직접 유입해 발생하는 수질 오염과 노로바이러스 검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다만 당시 보고서는 "가열 처리 없이 섭취 가능한 굴 제품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은 소비자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철저한 위생 관리로 안전한 수산물이 소비자에게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원은 노로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굴과 바지락 등 이매패류를 조리할 때 중심부가 85도에서 1분 이상 되도록 가열해 섭취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이매패류를 세척한 다음에는 락스 등 소독제를 200배(염소농도 200ppm) 희석해 주방, 시설, 기구 등을 완전히 소독해야 교차 오염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이미패류란 몸이 두 장의 껍데기(패각)로 덮여 있으며 아가미를 이용해 물속 플랑크톤을 걸러 먹고 사는 조개, 굴, 홍합 등을 포함하는 연체동물 그룹이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환자 수는 한 해 평균 1300여명이다. 전체 식중독 연간 평균 환자의 약 20%를 차지한다. 노로바이러스 감염 굴이 적음에도 환자가 많은 이유는 한국인이 그만큼 굴을 많이 먹기 때문으로 보인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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