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만 명 추적 끝에…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 20년 만에 진범 드러났다
2025-11-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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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만 명 전수조사에 1514명 DNA 대조
진범은 건물관리인, 2015년 사망
미제로 남겨졌던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20년 만에 밝혀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21일 브리핑을 열고 2005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일대에서 발생한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를 A 씨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A 씨는 두 차례의 ‘신정동 연쇄 살인’ 이후인 2006년 2월에도 유사한 수법의 성범죄를 저질러 적발돼 실형을 산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A 씨는 2015년 7월 이미 사망해 경찰은 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예정이다.
이 사건은 2005년 6월과 11월 신정동 주택가 골목에서 20대 여성과 40대 여성이 5개월 간격으로 숨진 채 발견된 일이다. 당시 서울양천경찰서는 전담수사팀을 꾸려 8년 동안 수사를 이어갔지만 뚜렷한 용의자를 찾지 못했고 사건은 2013년 미제로 전환됐다.
하지만 서울경찰청이 2016년 미제사건 전담팀을 신설하면서 재수사가 다시 시작됐다. 경찰은 신정역 일대 유사 사건과 방송 제보를 포함한 다양한 첩보를 검토하며 사실관계 검증에 나섰다.
경찰은 국과수에 현장 증거물의 재감정을 의뢰했고 그 결과 1차와 2차 사건에서 확보된 속옷과 노끈에서 동일한 DNA가 확인돼 두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경찰은 피해자 시신 두 곳에서 모래가 발견된 점을 단서로 2005년 서남권 공사현장 관계자와 신정동 전·출입자 등 약 23만 명을 수사대상으로 선정했으며 전국을 돌아다니며 1514명의 유전자를 채취해 대조했다. 피의자가 조선족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중국 국가 데이터베이스와의 대조도 시도했으나 일치하는 DNA는 발견되지 않았다.
수사가 장기화되자 경찰은 대상을 사망자까지 확대해 사건과 관련성이 있을 수 있는 56명을 후보군으로 추렸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범행 당시 신정동의 한 빌딩에서 관리인으로 근무했던 A 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하지만 A 씨는 이미 2015년 사망해 화장 처리된 상태였기 때문에 유전자 확보가 불가능했다.
이에 경찰은 A 씨가 생전 이용했던 경기 남부권 병의원 40곳을 확인하며 검체 보관 여부를 조사했고 이 가운데 한 병원에서 A 씨의 검체가 남아 있는 사실을 확인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 감정 결과는 현장에서 확보된 DNA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고 20년 동안 미제로 남았던 사건의 실체가 마침내 드러났다.
조사 결과 A 씨는 자신이 관리인으로 일하던 빌딩을 찾은 피해자들을 지하 창고로 끌고 가 성폭행한 뒤 살해했으며 시신을 묶어 주택가 골목에 유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번 사건이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일명 ‘엽기토끼 사건’과의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006년 한 TV 프로그램에서 신정동 인근에서 끌려갔다 탈출한 여성이 범인의 윗집 신발장에서 엽기토끼 스티커를 봤다는 증언을 하며 혼동이 있었지만 경찰은 당시 A 씨가 이미 수감 중이었다는 점을 확인해 동일범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범인이 이미 사망한 만큼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며 “살인범은 저승까지 추적한다는 각오로 장기 미제 사건을 끝까지 규명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