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일본 여행 자제령' 내린 지 일주일... 일본 상황, 이 정도로 심각하다

2025-11-2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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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단체 여행객 사라지고 숙박업계 예약 취소 잇따라

일본 관광지 풍경. / '홋카이도 뉴스 UHB' 유튜브 영상 캡처
일본 관광지 풍경. / '홋카이도 뉴스 UHB' 유튜브 영상 캡처

일본 관광업의 핵심 고객층이던 중국인 관광객이 빠르게 줄고 있다. 도쿄와 오사카 관광지에서 흔히 보이던 단체 여행객은 거의 사라졌고, 호텔과 여행업계는 예약 취소가 이어지며 비상 상황에 들어갔다. 중국 외교부가 지난 14일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령을 내린 지 며칠 되지 않아 나타난 변화다. 고시다 사야카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에 대해 언급한 뒤 확산된 외교 갈등이 곧바로 실물 경제를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고시다 총리는 지난 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 유사시 관련 질의에 답하며 “대만에 무력 공격이 발생하고, 해상 봉쇄를 해제하기 위해 미군이 접근하면 이를 막기 위한 무력 행사가 벌어질 것이라는 가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함을 동원한 무력 행사가 동반된다면 어떻게 봐도 ‘존립위기사태’에 해당할 수 있는 경우”라고 했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에 관한 정부 공식 용어를 총리가 직접 언급하면서 일본이 대만 유사시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해석이 퍼졌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차관은 지난 13일 가네스기 겐지 주중 일본대사를 불러 항의하고 발언 철회를 요구했다. 쑨 차관은 “철회하지 않으면 모든 결과는 일본이 감당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음 날인 14일 주일 중국대사관은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을 자제하라고 통지했다. 대사관은 통지문에서 “일본 지도자가 대만 문제를 두고 노골적이고 도발적인 발언을 했다”며 “일중 간 인적 교류 분위기가 악화했고 중국인의 신변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지 발표 직후 중국 항공사들은 일본행 항공권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는 조치를 내놨다. 중국국제항공은 지난 15일 도쿄·오사카·오키나와 등 일본 주요 도시행 항공편의 12월 31일까지 탑승 예정분에 대해 취소 수수료를 면제한다고 공지했다. 중국동방항공과 중국남방항공도 같은 내용의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 교육부는 11월 16일 일본 유학을 계획 중인 학생들에게 일본 내 안전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일본 관광지 풍경. / '홋카이도 뉴스 UHB' 유튜브 영상 캡처
일본 관광지 풍경. / '홋카이도 뉴스 UHB' 유튜브 영상 캡처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일본 자위대가 대만해협 문제에 개입하면 일본 전토가 전장이 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는 논평을 실었다. 인민일보는 14일자 논설에서 고시다 총리 발언을 “1945년 패전 이후 일본 지도자의 첫 중국 대상 무력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중국의 조치는 일본 경제에도 직접적인 충격을 주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2025년 1~9월 중국인 방일객은 약 749만 명으로 국가·지역별 가운데 가장 많다. 관광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9월까지 외국인 관광소비 총액 9조2125억 엔 중 중국인 소비가 2조0746억 엔(22.5%)으로 최대였다. 같은 기간 전체 방일 외국인 4163만9756명 중 중국인은 922만751명으로 가장 많아 비중은 22.1%였다.

노무라종합연구소 기우치 노부테루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중국과 홍콩에서 온 관광객 감소로 향후 1년간 일본 인바운드 소비가 1조7900억 엔 줄고 국내총생산(GDP)이 0.29%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호텔 업계는 이미 충격을 체감하고 있다. 후지타관광은 “숙박객 중 중국·홍콩 비중이 20% 이상인데 18일까지 소규모 그룹의 취소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데이코쿠호텔도 “중국 관련 기업 연회나 숙박에 대해 연기·중지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사례로 2012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갈등을 거론한다. 당시 방일 중국인 관광객은 4개월 만에 절반으로 줄었고, 회복까지 1년 이상 걸렸다. 중국 SNS에는 일본 여행 취소 화면을 공유하는 이용자들이 등장했다. 한 여성은 24일 출발 예정이던 쿤밍발 도쿄행 8일 여행을 수수료 없이 취소했다면서 인증사진을 올렸다.

중국이 문제 삼는 핵심은 고시다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 조건인 ‘존립위기사태’ 가능성을 언급한 점이다. 중국은 발언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에바코어ISI의 네오 왕 중국 매크로 분석 책임자는 중국의 여행 자제 조치를 두고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력을 활용해 대만 관련 발언을 한 고시다 총리가 감당해야 할 대가를 높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제니퍼 웰치는 “고시다 정권 초기 단계에서 조건을 설정해 일본의 추가 행동을 억제하려는 목적이 있다”며 “일본은 비교적 표적이 되기 쉽고 관광은 제재 수단으로 쓰기 쉽다”고 설명했다.

고시다 총리와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달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 정상회의에서 처음 회담하면서 ‘전략적 상호호혜관계’를 재확인했다. 이어 11월 3일에는 일본인 대상 단기 비자 면제 기간 연장이 발표됐고, 11월 7일에는 일본산 냉동 가리비의 대중 수출 재개도 이뤄졌다. 그러나 고시다 총리가 발언을 철회하지 않으면서 항의가 실무 수준을 넘어 보복 조치로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내에서는 중국의 쉐젠 주오사카 총영사의 과격한 SNS 글에 대해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일부 일본 국민은 중국인 관광객 감소를 반기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무역 제한 등 더 깊은 단계의 보복으로 나설 경우 문제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편 일본 정부는 중국 외교부가 “올해 들어 일본 치안이 악화됐고, 일본에서 중국인이 습격당하는 사건이 잇따랐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일본의 치안은 악화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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