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말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ADHD”

2025-11-2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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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환자의 대화 습관과 개선법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환자입니다.“

현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정신과의사 뇌부자들' 유튜브 채널에 ‘대부분의 ADHD는 이렇게 말합니다’란 제목으로 올린 영상에서 ADHD 환자들의 특징적인 대화 패턴을 소개했다. '뇌부자들'은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정신과 문턱을 낮추기 위해 활동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의 모임이다.

영상에서 의사들은 ADHD 환자들이 보이는 말하기 습관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말이 빠르다. 이는 전두엽의 실행 기능 또는 집행 기능이라 부르는 억제 조절과 충동 조절 능력의 어려움 때문이다. 생각과 표현 사이의 필터가 약해 즉각적인 반응이 그냥 말로 튀어나오거나, 생각이 너무 빠른 탓에 시간차 때문에 표현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는 주제 이탈이 잦다. 한 의사는 "진료실 위 화분이나 모니터가 어떻다는 얘기를 갑자기 하는 경우가 있다"며 "ADHD 진단을 받지 않은 분이라면 '혹시 ADHD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사는 "진료실에 들어와서 제가 계속 나 혼자 웃고 있으면 '아, 혹시 이분 ADHD인가' 의심해 볼 때가 있다"고 했다.

의사들은 ADHD 환자들의 사고 패턴을 '연상적 사고'라고 설명했다. 유사성을 지닌 기억이나 자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연상적 사고가 창의적인 결과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지만, 정돈된 말하기나 글쓰기가 필요할 때는 약점으로 작용한다. 생각은 A도 떠올리면서 B, C가 함께 떠오를 수 있는데, A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으면 거기에만 계속 주의를 집중하고 유지해야 하지만 주의력이 분산되는 것이다.

셋째는 말이 많아지거나 갑자기 끊길 수 있다. 흥미 있는 주제에서는 폭발적으로 말이 많아지는 반면, 관심 없는 주제에서는 단답으로 끝나거나 대화에서 갑자기 이탈하는 경우가 생긴다. 한 의사는 "대화가 재밌으면 계속 얘기하지만 대화가 재미가 좀 떨어지면 다른 데서 재미를 찾는다"며 "급히 도파민 충전을 위해 손에 충전기를 들고 있다가 재밌어 보이면 잠깐 내려놓고 대화를 하고, 흥미가 떨어지면 다시 충전기로 돌아가 충전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DHD 환자들이 자주 하는 말로는 "아 맞다", "내가 뭘 말하려 그랬더라", "뭐라고 말했지" 등이 꼽혔다. 이는 작업 기억력, 즉 워킹 메모리가 조금 떨어지거나 불안정하게 발휘되기 때문이다. 단기 기억이 잘 유지되지 않다 보니 기억이 금방 휘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생각난 것을 바로바로 얘기해야 한다고 느낀다. 이 때문에 상대방의 말을 끊는 경우도 많다.

의사들은 주의력이 불안정하니까 입력 자체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입력된 정보에 대해서도 주의의 초점을 유지하지 못하니까 머릿속 어딘가에는 남아 있는데 인출이 바로바로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의사들은 ADHD의 말하기 습관 개선을 위한 방법도 제시했다. 첫째는 자각 훈련이다. 나의 평소 말하기 습관이나 패턴을 알아차리는 것이 시작점이다. 대화를 나눈 후 잠깐 브레이크 타임을 가지면서 복기하거나,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 녹음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녹취를 들으면서 말이 너무 빠르지는 않은지, 상대방의 말을 끊지는 않는지, 설명에 군더더기가 많지는 않은지 확인할 수 있다.

둘째는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이다. 말하기 전에 1, 2초라도 잠깐 브레이크를 걸어 자신이 하려는 말이 정말로 필요한 말인지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 곧바로 하려던 얘기를 시작하기보다 중간에 브릿지 역할을 하는 멘트를 두는 것도 방법이다. "죄송한데 잠깐 생각 정리하고 말할게요"나 "좀 더 들어보고 얘기하겠다"는 식으로 대화를 시작하기에 앞서 스스로와 상대에게 조금 더 시간을 벌고 정리하겠다는 선언을 하는 것이다.

셋째는 핵심어를 메모하는 습관이다. 한 의사는 "진료 기록을 쓸 때 맨 밑에 쪽에 제가 하고 싶은 말들, 할 말들을 정리해 놓는다"며 "상대의 얘기를 들을 때도 밑에 칸에 나중에 꼭 얘기해야 될 핵심 키워드만 놔둔다"고 말했다. 다 적을 필요도 없고 즉각 반응할 필요도 없이 핵심어들만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면 도움이 된다.

넷째는 천천히 이야기하는 연습이다. 의도적으로 대화하는 모임 중에 천천히 얘기하는 사람의 템포에 의식적으로 맞춰가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대화 문장과 문장 사이에 퍼스를 줘서 생각도 정리하고 숨도 고르는 시간을 가지면 생각이 정리되고 체계적으로 구성해서 말하는 것도 좋아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받아들인 것을 간결하게 한 문장 정도로 표현해 주는 것도 좋다. "그렇구나. 주말에 그럼 이렇게 보냈다는 거구나"라는 식으로 간략하게 자신이 이해한 부분이 맞는지를 상대방에게 확인하고, 경청하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이다. ADHD 환자들은 마음이 급하다 보니 상대방 얘기를 잘 듣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 얘기가 먼저 튀어나와 공감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주기 쉬운데, 이런 사소한 스킬을 덧붙이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의사들은 "나의 말하기 습관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혼자서 힘들 때는 믿을 수 있는 친구나 동료에게 부탁해서 회의 자리나 중요한 자리에서 너무 빠르게 말하는 것 같으면 신호를 달라고 하고, 끝나고 나서 오늘 어땠는지 솔직하게 피드백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대부분의 ADHD는 이렇게 말합니다’란 제목으로 '정신과의사 뇌부자들'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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