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몰랐어?” 바나나는 씨도 없는데 멸종 안 하는 이유, 알고 보니…

2025-11-23 13:00

add remove print link

씨앗 대신 '이것'으로 번식

바나나는 우리가 흔히 먹는 과일이지만, 속을 갈라보면 씨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씨가 없으면 어떻게 계속 살아남지?"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그런데 과학 연구를 들여다보면, 바나나는 씨 없이도 오랫동안 종을 이어갈 수 있는 나름의 방식이 있다.

바나나에 궁금증을 가지는 사람.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바나나에 궁금증을 가지는 사람.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 바나나는 왜 씨가 없는가?

우선 우리가 마트에서 사 먹는 바나나는 대부분 ‘삼배체’라는 독특한 유전자 구성을 갖고 있다. 염색체가 세 벌로 이뤄져 있어서 식물이 씨앗을 만들 때 필요한 감수분열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그래서 바나나는 열매는 잘 자라지만 씨앗은 거의 발달하지 못한다는 게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다. 쉽게 말해, 먹기 좋은 부드러운 과육만 남고 씨앗 기능은 거의 사라진 셈이다.

■ 바나나가 번식하는 특별한 방법

그렇다고 번식을 못하는 건 아니다. 바나나는 씨앗 대신 ‘새순’으로 자신을 복제한다. 뿌리 옆이나 줄기 근처에서 새로운 싹이 올라오는데, 농가에서는 이 새순을 잘라 옮겨 심거나, 실험실에서 조직배양 기술을 이용해 같은 유전자를 가진 묘목을 만들어낸다. 이런 방식은 실제 연구에서도 바나나 번식의 핵심 방법으로 확인돼 있다.

즉, 바나나는 씨앗 없이도 ‘복사-붙여넣기’를 하듯 똑같은 개체를 계속 만들어내며 살아남는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바나나 하나하나가 사실상 원본과 거의 같은 유전자를 가진 ‘복제 형제들’이라고 보면 된다.

바나나 농가.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바나나 농가.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 씨 없는 바나나, 결국 인간이 만들어

여기엔 인간의 역할이 크다. 바나나는 원래 야생에서는 씨앗으로 번식하는 종류도 많았는데, 사람이 먹기 좋은 품종을 골라 재배하면서 지금의 씨 없는 바나나가 자리 잡았다. 유전체 연구에서도 이런 선택 과정이 명확하게 확인된다. 농부가 새순을 떼어 심고, 기업이 대량으로 묘목을 배양하고, 유통망이 전 세계로 옮기면서 바나나는 씨 없이도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바나나는 모두 필리핀·베트남·에콰도르 등지에서 이런 방식으로 번식된 삼배체 품종이다. 한국의 소규모 온실에서 직접 재배하는 경우도 씨로 심지 않고 반드시 새순이나 조직배양 묘목을 사용한다.

즉, 씨 없는 바나나가 살아남는 방식은 어느 나라에서든 똑같이 적용된다.

바나나.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바나나.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 씨는 없어도 번식 전략은 강력!

다만 이런 구조가 완벽한 건 아니다. 모두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복제 식물이다 보니, 새로운 병이 나타나면 전체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국제 연구에서는 재배 바나나 품종의 유전적 다양성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여러 차례 언급됐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바나나가 전 세계 식탁에서 꾸준히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하다. 씨가 없어도 새순으로 자신을 복제할 수 있고, 인간이 꾸준히 재배·이식·유통하며 관리해 왔기 때문이다. 바나나 한 송이엔 씨가 없지만, 그 대신 인간과 함께 움직인 번식 전략이 담겨 있다.

매일 먹는 노란 바나나가 사실은 씨앗 없이도 수십 년 동안 살아남은 '복제 식물의 산물'이라는 점을 알고 나면, 이 과일이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바나나로 만든 다양한 요리들.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바나나로 만든 다양한 요리들.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 잘 익은 달콤함, 바나나의 맛과 효능

손에 쥔 바나나 하나는 간단한 간식 같지만, 이 과일이 주는 맛과 힘은 생각보다 크다. 노랗게 잘 익은 바나나는 한입 베어 물면 부드럽게 으깨지고, 달콤한 향이 금세 퍼진다. 바나나가 이렇게 맛있게 느껴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바나나는 숙성될수록 단맛이 강해진다. 처음 수확했을 때는 녹말이 많아 덜 달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녹말이 자연스럽게 당으로 바뀐다. 그래서 푸른빛이 남은 바나나보다 노랗게 익은 바나나가 훨씬 더 달고 향도 진하다.

효능을 보면 바나나는 ‘달콤한 간식’ 이상이다. 가장 유명한 영양소는 바로 칼륨이다. 바나나 한 개만으로도 꽤 많은 양의 칼륨을 섭취할 수 있는데, 이 성분은 몸속 나트륨과 균형을 맞추고 혈압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평소 짜게 먹는 편이라면 바나나가 몸의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바나나에는 식이섬유도 많이 들어 있다. 이 섬유질은 장의 움직임을 돕고 배변을 편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덜 익은 바나나에 들어 있는 ‘저항성 전분’은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돼 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점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으면서 포만감도 줘 아침 대용으로 찾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바나나에는 우리 몸의 세포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항산화 성분도 들어 있다. 이런 성분들은 과일 속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데, 바나나가 숙성되면서 더 뚜렷해지는 경우도 많다. 바쁜 일상 속에서 쉽게 챙길 수 있는 과일이라는 점에서 바나나는 건강을 신경 쓰는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물론 바나나가 모든 걸 해결해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껍질만 벗기면 바로 먹을 수 있고, 소화가 편하며, 설탕을 넣지 않아도 달콤함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많은 사람이 하루에 한 번쯤 찾는 과일이 됐다.

한입 베어 물면 부드럽게 사르르 녹는 과육 속에는 자연이 만든 영양이 담겨 있다. 바나나 한 개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우리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부드럽게 채워주는 작은 식품이다. 그래서 바나나는 늘 책상 위, 가방 속, 식탁 한쪽에 조용히 자리를 지키며 우리의 일상을 함께하고 있다.

home 김현정 기자 hzun9@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