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문철 전남식품수출협회장에게 듣는 ‘美 수산물 수출 대란’의 진실
2025-11-2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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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눈물이 밥상 위 굴비의 목을 조인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우리네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밥도둑’ 굴비와 새우젓. 그런데 이 K-푸드의 대표 주자들이 지금 미국 시장에서 쫓겨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해양포유류보호법’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강력한 환경 규제가, 전남 수산업계의 숨통을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 식품 수출의 최전선에 서 있는 한문철 전남식품수출협회장을 만나 그 절박한 내막을 직접 들어봤다.
Q.회장님, 다소 생소합니다. 미국의 ‘해양포유류보호법’이 정확히 무엇이고, 왜 우리 수산물 수출에 비상이 걸린 겁니까?
A. 쉽게 말해, 미국이 이제 자기들 바다에서 고래나 돌고래를 보호하는 수준만큼, 우리나라 어업도 ‘착하게’ 관리하라는 겁니다. 물고기를 잡을 때 고래 같은 해양포유류가 그물에 걸려 죽는 ‘혼획’을 최소화하라는 거죠.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당장 내년 1월부터 미국으로의 수출길이 원천 봉쇄됩니다. 사실상 ‘환경’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무역 장벽이 생긴 셈입니다.
####“착한 어업 증명 못 하면, 수출길 막힌다”
Q.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게 들립니다. 우리 어업 방식 중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까?
A. 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이미 한국의 어업 방식 132개 중 14개에 대해 ‘관리 미달’이라는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문제는 여기에 굴비의 원재료인 참조기를 잡는 ‘멸치 선망’이나 새우를 잡는 ‘통발’ 어업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겁니다. 우리 어민들이 수십 년간 해오던 전통적인 방식이, 하루아침에 ‘문제 어업’으로 낙인찍힌 꼴입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거죠.
####“전국 굴비 80% 생산지, 전남 경제 ‘직격탄’ 우려”
Q.그렇다면 우리 지역 경제, 특히 전남이 받게 될 충격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십니까?
A. 전남은 전국 굴비 생산의 80% 이상을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굴비 수도’입니다. 당장 작년 한 해에만 참조기 53만 달러, 새우류 20만 달러어치를 미국에 수출했습니다. 만약 수출길이 막히면, 단순한 수출액 감소를 넘어 어민, 가공업체, 유통업계까지 줄도산하는 최악의 ‘경제 쓰나미’가 닥칠 수 있습니다. 지역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정부, 외교적 역량 총동원해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Q.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이것은 개별 기업이나 지자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지금은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할 ‘골든타임’입니다.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해 미국을 설득하고, 동시에 우리 어업 환경을 미국의 기준에 맞게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합니다. K-푸드의 자부심이었던 우리 수산물이 고래의 눈물 때문에 국제 시장에서 길을 잃는 일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부의 신속하고 현명한 대응을 간절히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