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신(神), 60년의 동거~‘선 긋기’인가 ‘동행’인가"
2025-11-22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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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종교협의회 창립 60주년 기념 학술세미나 개최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정교분리’의 원칙이, 지난 60년간 과연 모든 종교에게 공평한 자유의 방패가 되어주었을까? 이 묵직한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지난 21일 한국의 주요 종교 지도자와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가와 종교의 ‘건강한 거리두기’에 대한 열띤 토론의 장을 열었다.
####형식뿐인 분리, ‘보이지 않는 차별’
한국종교협의회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날 학술 세미나의 핵심 화두는 ‘불균형’이었다. 발표자들은 “현재 대한민국의 정교분리는 국가가 종교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형식적 틀에만 갇혀 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주류 종교 중심의 편향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는 결국 소수 종교나 신생 종교에 대한 사회의 보이지 않는 차별을 정당화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미국과 독일은 하는데, 우리는 왜?”
해법을 찾기 위한 시선은 해외로 향했다. 김민지 선문대 교수는 미국, 프랑스, 독일 등 다종교 사회를 먼저 경험한 국가들의 사례를 심도 있게 분석하며, ‘실질적 중립성’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는 국가가 특정 종교의 편을 들거나 반대하는 대신, 모든 종교가 동등한 조건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정한 운동장’을 만들어주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 스스로 길을 묻다
이번 세미나는 단순히 국가를 향한 요구에만 그치지 않았다. 홍윤종 종협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종교 인구가 급감하는 이 시대에, 종교 스스로가 본질적 가치를 회복하고 사회 통합에 기여할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며 종교계 내부의 성찰을 촉구했다. 60년 전,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진 6개 종단이 ‘이해와 협력’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모였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였다.
####60년의 관행을 넘어, 새로운 100년을 향해
뜨거운 토론 끝에 참석자들은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이제는 낡은 관행처럼 굳어진 정교분리의 개념을,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 맞게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협은 이날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모든 종교가 서로를 존중하며 공존하는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실질적인 제도 개선과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60년의 묵은 질문에 대한 해답 찾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