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카페서 발견된 멸종위기 앵무새... 주인 안 나타나는 이유, 이거였나

2025-11-2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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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처벌 우려 때문에 못 나타나나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손님 커피를 마시다 걸린 앵무새. 독자가 연합뉴스에 제공한 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손님 커피를 마시다 걸린 앵무새. 독자가 연합뉴스에 제공한 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카페에서 손님 커피를 훔쳐먹은 앵무새의 보호자는 과연 누구일까. 언론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떠들썩하게 떠들었는데도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걸까.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한 카페에서 손님 커피를 훔쳐 마시다 구조된 앵무새가 아직 주인을 찾고 있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는 지난 17일 오후 앵무새를 키운 이를 찾는 공고를 올렸지만 원소유주가 엿새째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앵무새가 카페에서 발견된 날(16일)로부터 일주일째다.

지난 16일 오후 3시 20분쯤 영등포경찰서에 "앵무새가 커피를 훔쳐 마신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카페 사장 조모(34)씨는 "정오께부터 야외석 쪽을 왔다 갔다 하더니 오후 3시께 다시 찾아와 손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제가 먹을 것을 주고 손님이 만지는데도 앵무새가 가만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발견한 건 몸무게 0.5㎏ 정도의 중형 앵무새였다. 노란 이마와 연두색 몸통, 빨강·파랑 깃털을 숨긴 풀빛 날개를 가진 이 앵무새는 사람을 잘 따른 까닭에 구조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경찰은 종이상자에 앵무새를 담아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로 보냈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는 유기·유실 동물을 구조하고 보호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손님 커피를 마시다 걸린 앵무새. /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제공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손님 커피를 마시다 걸린 앵무새. /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제공

협회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검진 결과 앵무새 건강 상태는 양호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확한 종 판별을 하려면 영등포구청을 통해 한강유역환경청에 요청해야 하고 시간이 좀 걸린다"고 말했다.

아직 동정(생물의 분류학상 위치와 종 정보를 바르게 확인하는 작업)이 완료되지 않았으나 해당 앵무새는 지구상 4000여마리 남은 노랑머리아마존앵무(Amazona oratrix)로 추정된다.

멕시코와 온두라스 등 중앙아메리카 국가에 서식하는 노랑머리아마존앵무는 체장이 평균 38~43cm에 달하는 중형 앵무새다. 튼튼한 체구와 둥근 날개, 네모난 꼬리가 특징이다. 몸은 밝은 녹색이며 머리는 노란색, 목에는 어두운 비늘 무늬가 있고 날개 접히는 부분은 빨간색, 넓적다리는 노란색을 띤다. 비행깃은 검은색에서 푸른빛이 도는 보라색이며 바깥 둘째날개깃에 빨간 반점이 있다. 꼬리 밑부분에도 빨간 반점이 있으나 보통은 가려져 있다. 부리는 회색이며 눈 주위는 흰색 또는 회색이다.

이 종은 맹그로브 숲(열대 및 아열대 지역의 해안가, 특히 강 하구의 염분 있는 습지에서 맹그로브라는 식물로 이루어진 숲)이나 강 또는 수역 근처의 숲에서 서식하는 것을 선호한다. 단독 또는 쌍으로, 때로는 작은 무리나 큰 떼를 지어 생활한다. 과거에는 멕시코 트레스마리아스 제도와 할리스코에서 오악사카까지 멕시코 양쪽 해안, 누에보레온에서 북부 치아파스와 남서부 타바스코까지, 그리고 벨리즈 대부분 지역과 과테말라 북동부 및 온두라스 북서부 일부를 포함하는 지역에 분포했다.

노랑머리아마존앵무는 앵무새 중에서도 높은 지능과 뛰어난 언어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세기 동안 애완동물로 길러져 온 이 종은 회색앵무와 함께 가장 말을 잘하는 앵무새로 꼽힌다. 야생에서는 낮은 음조의 소리를 내며, 때로는 사람처럼 들리는 비명소리를 지르기도 하지만 많은 다른 앵무새들과 달리 종종 조용히 난다.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따라 할 수 있는 비결은 구강구조에 있다. 앵무새는 사람과 구강구조가 비슷한 편이다. 특히 울대가 다른 새들보다 사람과 닮았다. 폐 위쪽에 울대가 있어 공기 움직임으로 여러 소리를 도출할 수 있고, 혀 근육도 발달해 있어 위치를 바꿔가며 여러 발음이 가능하다.

사육 환경에서 노랑머리아마존앵무는 노래 부르기와 노래 학습에 대한 친화력이 있다. 자연스럽게 강력하고 오페라 같은 목소리를 갖고 있다. 식욕이 매우 왕성하고 다양한 음식에 대한 선호도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랑머리아마존앵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Ⅰ에 등재된 종이다. 개인 입양이 불가능한 까닭에 공고 기간 원소유주를 찾지 못하면 환경부 국립생태원 내 CITES 동물 보호시설로 가게 된다.

부속서Ⅰ에 오른 종은 원칙적으로 상업적 거래를 할 수 없다. 학술연구·의학·전시를 위한 거래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보호시설에는 현재 멸종위기에 처해 국제사회 차원에서 보호받는 동물 62종 376마리가 머무르고 있다. 면적 2162㎡에 최대 560~580마리를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포화율은 70% 정도.

노랑머리아마존앵무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의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있다. 이 종의 야생 개체수는 1970년대 중반부터 1994년까지 7만마리에서 7000마리로 90% 감소했고,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추가로 68% 감소했다. 마구잡이 포획과 서식지 파괴 때문이다. 야생에선 거의 멸종 직전까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밀렵된 노랑머리아마존앵무의 약 40~60%가 판매되기 전에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 따르면 보호시설로 오는 동물은 대체로 밀수 과정에서 적발된다.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시설에 입소한 동물 1252마리 가운데 995마리(79.5%)는 밀수 과정에서 적발됐다. 유기는 153마리(12.2%), 압류는 39마리(3.1%), 구조 및 기타가 65마리(5.2%)다.

손남 커피를 훔쳐 마신 앵무새 역시 반려용으로 밀수됐다가 유기되거나 반려인 집에서 탈출했을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원소유주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처벌을 우려했을 수 있다.

현행 야생생물법은 CITES 생물을 도입하려면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공식 반입 절차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보니 밀수는 끊이지 않고 있다.

노랑머리아마존앵무 / 뉴스TV조선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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