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교사 2명 중태... 야외수업 악몽으로 만든 '북미 최고 위험 동물'

2025-11-2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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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 공격해 11명 부상... 2명 위독하고 2명 중상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평화로운 야외 수업이 끔찍한 악몽으로 변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벨라쿨라 지역의 초등학생들이 점심을 먹던 산책로에 갑자기 숲에서 회색곰이 나타나 공격을 가했다. 교사들이 곰 퇴치 스프레이와 소음 장비로 맨몸으로 맞서며 학생들을 지켜냈지만, 11명이 부상을 입었고 그중 4명은 중상을 입어 밴쿠버로 긴급 후송됐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응급의료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1시 46분쯤 벨라쿨라의 20번 고속도로 인근 올드 트레일이라 불리는 산책로에서 동물 공격 신고가 접수됐다. 학생과 교사 약 20명으로 구성된 학교 단체가 산책로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멈춰 섰을 때 회색곰 한 마리가 숲에서 나타나 무리를 공격했다.

회색곰 / 픽사베이
회색곰 / 픽사베이

현장에 출동한 응급 구조대는 4명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 중 2명은 위독한 상태고, 2명은 중상을 입었다. 어린이 3명과 성인 1명이 중상을 입었다. 다른 부상자 7명은 현장에서 치료받았으나 병원으로 이송되지는 않았다. 날씨 상황이 좋지 않아 중상자들은 공항으로 이송된 뒤 합동구조조정센터에서 파견한 구급 헬기를 통해 밴쿠버의 병원으로 옮겨졌다.

공격을 받은 학생들은 눅살크 원주민 공동체가 운영하는 액살크타 학교의 4~5학년생들이었다. 피해 학생의 어머니 베로니카 쇠너는 10세 아들 알바레즈가 곰에 너무 가까이 있어서 곰의 털까지 느꼈다고 전했다. 쇠너는 많은 사람이 공격을 막으려 했다면서 한 남성 교사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이 교사가 헬기로 이송된 사람들 중 한 명이라고 전했다. 알바레즈는 친구들이 곰에게 공격을 당해 큰 충격을 받았다. 발을 다쳐 절뚝거리는 그는 교사들이 곰과 싸우는 과정에서 곰 퇴치 스프레이에 맞기도 했다.

회색곰은 북미에서 가장 위험한 대형 포유동물 중 하나다. 불곰의 아종인 회색곰은 성체 수컷은 몸무게가 136~363kg, 암컷은 912~04kg에 달한다. 대형 성체 회색곰은 길이가 약 2.5m이고 무게는 약 410kg에 달하며, 뒷다리로 서면 키가 2.4m에 이른다. 회색곰은 어깨 사이에 독특한 혹이 있고 이마가 솟아올라 얼굴이 다소 오목한 형태를 띤다. 털은 갈색이지만 끝이 하얗거나 은빛을 띠어 회색빛으로 보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

회색곰은 잡식성 동물이다. 식단의 80~90%가 식물로 구성돼 있지만, 베리, 견과류, 구근, 뿌리, 썩은 고기, 물고기, 곤충, 심지어 송아지까지 먹는다. 이들은 계절과 지역, 개체에 따라 식단이 크게 달라지며, 가장 영양가 높은 먹이를 찾아 이동한다. 덩치가 크고 앞발톱이 길고 곧아 나무를 잘 타지 못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민첩해 단거리에서 시속 56km로 달릴 수 있다. 시력이 나쁜 까닭에 명백한 이유 없이 인간을 공격한 사례가 있다. 특히 새끼를 데리고 있는 암컷이 가장 공격적이다.

역사적으로 회색곰은 알래스카부터 멕시코까지, 태평양 연안부터 서부 대평원까지 북미 전역에 분포했다. 1800년 이전에는 약 5만 마리가 18개 서부 주에 걸쳐 넓게 분포했지만, 1850년부터 1970년 사이 유럽 정착민들의 이주와 공격적인 사냥으로 원래 서식지의 98%에서 사라졌다. 현재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는 약 2만 5000마리의 회색곰이 서식하고 있다. 주 전체 원래 서식지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1975년 미국 멸종위기종법에 따라 회색곰이 위협받는 종으로 지정된 뒤 개체수가 꾸준히 증가했다. 현재 미국 본토에는 1400~1700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인솔하던 교사들은 곰 퇴치 스프레이와 베어 뱅어로 불리는 곰 퇴치용 소음 장비를 사용해 회색곰을 성공적으로 쫓아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환경부 장관 타마라 데이비슨은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큰 위험을 감수한 교사들을 인정하고 싶다면서 “그들은 잘 준비돼 있었고 진정한 영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들이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위험에 빠뜨렸다”라면서 “덕분에 학생들이 더 심각한 부상을 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눅살크 원주민 공동체 수석 족장 사무엘 쇠너는 성명에서 이번 전례 없는 회색곰 공격은 아무런 도발 없이 발생했으며 공동체에 큰 트라우마를 남겼다고 밝혔다. 그는 “그 순간 용감하게 대응하고 결과가 훨씬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한 교사들과 학생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눅살크의 세습 수석 족장 노엘 풋라스는 인터뷰에서 공격을 받은 학생들과 원주민 교사들이 모두 자신의 친척이라고 했다. 또한 피해자 중 한 명은 학교의 교사 보조원인 사촌이라고 밝혔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자연보호국은 조사와 수색을 위해 보호관 8명을 배치했다. 감찰관은 곰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초기 정보에 따르면 곰이 이미 다친 상태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반 댐은 이 곰이 아직 돌아다니고 있는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정말 강조하고 싶다면서 문제의 곰을 찾아 포획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공격 현장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곰의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목격자들을 인터뷰하고 있으며, 현장에 덫과 카메라를 설치했다.

눅살크 원주민 공동체는 이번에 학생과 교사들을 덮친 곰이 공격적이라며 주민들에게 절대 곰을 찾으러 나서지 말라고 경고했다. 당국은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해당 지역의 숲과 강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주민에게 지시했다.

사고 다음 날인 21일 휴교한 학교는 성명에서 “어려운 상황에서 용기를 보이고 서로를 돕기 위해 공동체로 함께 모인 학생들과 교직원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에비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교사들의 영웅적 행동에 감사드린다”며 흉포한 동물에 맞선 의지를 치하한 뒤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의 빠른 회복을 바란다고 했다.

벨라쿨라는 곰의 땅으로 불리는 그레이트 베어 레인포레스트의 관문으로, 회색곰과 흑곰의 주요 서식지다. 벨라쿨라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중부 및 북부 해안을 따라 약 400km에 걸쳐 뻗어 있는 그레이트 베어 레인포레스트의 일부로, 밴쿠버에서 북서쪽으로 약 420~700km 떨어진 외딴 지역이다. 이 지역은 거대한 삼나무 숲과 연어가 풍부한 강, 습한 저지대로 연안 회색곰이 서식하기에 완벽한 환경을 제공한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공원관리청은 웹사이트에 어디서든 곰을 만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회색곰 공격 소식을 전하는 ABC 뉴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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