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3천원 가치인데…경매서 무려 약 134억에 낙찰됐다는 '이 책' 정체

2025-11-2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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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에 가까운 보존 상태에 가치 더욱 상승

‘슈퍼맨’ 코믹스 초판본이 역대 만화책 최고가 경매 기록을 갈아치웠다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가 되고 있다.

서점 모습.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서점 모습.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지난 21일(현지 시각) CNN 보도에 따르면 1939년 출간된 '슈퍼맨#1'이 경매에서 912만 달러에 낙찰됐다고 경매사 헤리티지옥션이 밝혔다. 한화로는 약 134억 원이다.

슈퍼맨은 만화가 제리 시걸과 조 슈스터가 함께 1938년 탄생시킨 캐릭터로, 만화잡지 ‘액션 코믹스’ 수록작에서 처음 등장한다. 이번에 낙찰된 판본은 슈퍼맨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최초의 단행본으로 알려졌다.

당시 액션 코믹스의 출판사 ‘내셔널얼라이드 출판’이 ‘디텍티브 코믹스’(현 DC)에 합병된 뒤 슈퍼맨을 제목으로 처음 찍어낸 초판본 50만 부 가운데 한 권으로 알려져 희귀성이 매우 높다.

출간 당시 책값은 10센트였다. 현재 가치로 계산하면 대략 2달러, 한화로 약 3천 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완벽에 가까운 보존 상태가 가치가 더욱 상승시켰다. 당시 단행본 뒷표지는 잘라 벽에 붙여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는데, 해당 디자인이 어린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어, 온전한 뒤표지를 갖춘 책이 극히 드물다는 점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NBC 방송은 전했다.

최초의 '슈퍼맨' 코믹스 단행본. / 헤리티지 옥션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최초의 '슈퍼맨' 코믹스 단행본. / 헤리티지 옥션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이 책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에 거주하는 세 형제가 모친이 살던 집 다락방의 골판지 상자 안에 수십 년간 잠들어있던 만화책이다. 생전에 어머니가 “값비싼 1930년대 만화책을 갖고 있다”고 말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가 돌아가신 후 유품을 정리하던 중 해당 책을 찾은 것이다.

다락방에서는 '슈퍼맨#1'을 포함해 ‘액션 코믹스’ 초기작 5권도 함께 발견됐다.

이전까지 만화책 경매 최고가는 2022년 거래된 ‘액션 코믹스 No.1’이 보유하고 있었다. 슈퍼맨이 처음 등장한 책의 당시 거래가는 530만 달러, 한화로 약 78억 원이었다.

'슈퍼맨' 만화책을 보는 아이.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슈퍼맨' 만화책을 보는 아이.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 '히어로물'에 대해 알아보자!

히어로물, 즉 슈퍼히어로 장르는 이제 전 세계 대중문화에서 가장 널리 소비되는 이야기 형태가 됐다. 그러나 이 장르의 시작은 비교적 단순했다. 1930년대 미국 만화 산업이 침체기를 겪던 시기에 초인적 능력을 지닌 영웅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이후 만화 속 영웅은 시대가 필요로 하는 상징과 이야기를 담으며 점차 확장됐다.

히어로물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작품은 1938년 발표된 한 미국 만화책이다. 이 작품에서 처음 등장한 영웅은 상식을 뛰어넘는 힘과 도덕적 기준을 바탕으로 악과 맞서는 상징적인 인물로 그려졌다. 당시 독자들은 현실의 불안과 혼란 속에서 이런 캐릭터에 열광했고, 이 인기는 새로운 장르 형성을 이끌었다. 이후 여러 출판사가 다양한 영웅을 내놓으면서 슈퍼히어로 장르는 빠르게 대중성을 확보했다.

1950년대를 지나며 히어로물의 인기는 잠시 주춤했지만, 1960년대 다시 다른 형태로 되살아났다. 이전의 완벽한 영웅과 달리, 인간적인 약점을 가진 캐릭터가 등장했다. 이들은 가족·사회·정체성 문제 등 현실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로 설정됐고, 독자들은 이들의 내면적 갈등을 통해 더 깊은 공감을 느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슈퍼히어로는 단순한 구원자의 이미지를 넘어 다층적인 캐릭터로 발전했다.

히어로물은 시간이 흐르며 매체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만화책에 머물던 이야기는 TV 시리즈와 영화로 확장됐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영상 표현력이 높아지자 각색 폭도 넓어졌다. 대형 영화 제작사가 히어로물을 장기 시리즈로 제작하면서, 장르는 전 세계 관객을 끌어들이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이제 히어로물은 특정 국가의 문화가 아니라 글로벌 오락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이 장르가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특별한 능력을 지닌 영웅, 그 능력을 얻게 된 배경, 영웅이 마주하는 적과의 대립이라는 기본 구조가 직관적이고 누구나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시대마다 사회 문제와 가치관이 이야기 속에 녹아들면서 히어로물은 단순히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닌, 실제 세계의 갈등과 변화까지 비추는 거울 같은 역할도 해 왔다.

오늘날 슈퍼히어로 콘텐츠는 영화관뿐 아니라 스트리밍 플랫폼, 게임, 소설 등 다양한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세기 초 만화책에서 조용히 출발한 장르가 한 세대를 넘어 전 세계인의 공통 언어처럼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히어로물은 계속해서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하며, 앞으로도 대중문화 중심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home 김현정 기자 hzun9@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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