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입에 닿았는데…알고보니 변기보다 더 더럽다는 '세균 곰팡이 범벅'의 정체
2025-11-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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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입 건강을 위협하는 세균 투성이의 정체
전자담배 마우스피스에서 공중화장실 변기 시트보다 최대 3000배 많은 세균이 검출됐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입에 직접 닿는 기기 특성상 따뜻하고 습한 환경이 유지되면서 세균과 곰팡이가 빠르게 증식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영국 코번트리 소재 독립 실험기관 바이오랩테스트(BioLabTests)의 미생물학자 레이놀드 음포푸 박사 연구팀이 “전자담배는 미생물 번식의 최적 조건”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정기적인 세척이나 위생 관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위험 수준의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전자담배 ‘로스트 마리(Lost Mary)’ 딸기 아이스 향 제품을 개봉 직후, 사용 24시간·48시간·72시간·1주·2주 뒤에 각각 면봉으로 표면 시료를 채취해 미생물 변화를 관찰했다. 이번 실험은 온라인 니코틴 판매업체 하이프(Haypp)와 협력해 진행됐다.
측정 결과, 사용 3일차 마우스피스에서 약 15만 CFU(세균·곰팡이 집락 형성 단위)가 검출됐다. 이는 공중화장실 변기 평균 수치인 50 CFU/제곱인치보다 최대 3000배 많은 수준이다. 연구팀은 “실험 장비가 측정할 수 있는 최대 한계치에 가까운 수치”라고 설명했다.
음포푸 박사는 “전자담배는 손으로 잡고 입에 대는 과정이 반복되며 접촉량이 상당하다”며 “마우스피스가 전자담배에서 가장 더러운 부위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의 입에는 약 700종의 박테리아가 존재하기 때문에 오염이 쉽게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실험 과정에서 흙과 먼지, 공기 중에 흔히 존재하는 바실러스균, 피부에 서식하는 포도상구균, 공중화장실에서 발견되는 대장균 등이 검출됐다. 연구팀은 “전자담배는 손, 주머니, 주변 표면과 닿으며 다양한 오염원이 전이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자담배 표면에 생물막(biofilm)이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생물막은 여러 종류의 미생물이 달라붙어 강하게 결합한 구조로, 일반적인 세척으로는 제거가 쉽지 않다. 음포푸 박사는 “화장실, 문손잡이, 바닥 등과 접촉한 손을 통해 세균이 마우스피스로 이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화면을 닦듯 전자담배 역시 정기적으로 위생 관리를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마우스피스는 입에 직접 닿는 만큼 더 자주 세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이프의 마르쿠스 린드블라드 외부협력 총괄은 “마우스피스와 본체를 3일에 한 번 정도 알코올 티슈나 항균 세정제로 닦는 것이 권장된다”며 “분해 가능한 모델은 부품을 분리해 각각 세척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전자담배 자체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인식이 있으나, 전자담배 또한 다양한 유해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혈관을 수축시키는 니코틴 성분은 장기적으로 심장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자료에 따르면 전자담배는 심부전, 폐 질환, 잇몸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연구 결과에서도 신종담배의 니코틴 의존도가 일반 담배보다 높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9월 보건복지부 의뢰로 한국금연운동협의회가 수행한 ‘신종담배 확산에 따른 흡연정도 표준 평가지표 개발 및 적용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기상 후 5분 이내 흡연한다’고 답한 비율은 액상형 전자담배 단독 사용자가 30.0%,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가 26.0%였으며 일반 담배 사용자는 18.5%로 가장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