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비쌌나?...김밥·짜장면 꺾고 1위, 한 그릇 1만원 찍은 '국민 음식' 정체
2025-11-23 14:21
add remove print link
1만원 시대, 칼국수의 가격 변천사
서민 음식의 위기: 칼국수 가격 폭등
‘면플레이션’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소비자 체감 물가가 크게 오른 가운데, 서울 지역 외식 메뉴 중 칼국수가 가장 높은 상승 폭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밥, 짜장면 등 대중적 메뉴를 모두 제치고 1위에 오른 결과다. 한때 서민 대표 메뉴로 불리던 칼국수 가격이 1만 원 선을 찍는 시대가 현실이 됐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이 2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소비자 선호 외식 메뉴 8종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12월 대비 3.44% 상승했다. 이 가운데 칼국수는 9385원에서 9846원으로 4.91% 올라 전체 품목 중 가장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10년 전인 2015년 10월 평균 가격(6545원)과 비교하면 무려 50.44% 급등한 수준이다.
평균 가격 기준으로는 1만 원에 근접했지만, 이미 이를 넘어선 곳도 적지 않다. 명동교자 등 서울 주요 유명 식당에서는 칼국수 한 그릇 가격이 1만 1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비싸지 않다는 이유로 부담 없이 찾던 ‘국민 면요리’가 어느새 라멘·파스타 등과 비슷한 가격대가 되며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칼국수 다음으로 상승 폭이 컸던 메뉴는 삼계탕이다. 지난해 12월 1만 7269원에서 지난달 1만 8000원으로 4.23% 상승했다. 삼계탕은 2022년 1만 5000원 → 2023년 1만 6000원 → 지난해 1만 7000원까지 꾸준히 올라 올해 8월 1만 8000원대에 진입했다. 평균 가격은 아직 2만 원 미만이지만, 토속촌·고려삼계탕 등 인기 전문점은 이미 기본 삼계탕 가격이 2만 원에 이르고 있다.

이어 김밥(3500원→3646원), 김치찌개 백반(8269원→8577원), 냉면(1만 2000원→1만 2434원), 비빔밥(1만 1192원→1만 1577원), 자장면(7423원→7654원) 등 대부분의 외식 메뉴가 동반 상승했다.
업계는 재료비·인건비·임대료 인상에 전기·가스요금 등 에너지 비용 증가까지 겹치며 가격 압박이 심화됐다고 분석한다. 특히 칼국수·삼계탕처럼 손질·조리 과정에서 인력이 많이 투입되는 메뉴는 인건비 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는 평가다.
■ 서민 음식이 왜 1만원 시대에 들어섰나…칼국수 ‘국민 음식’된 이유

칼국수는 밀가루 반죽을 넓게 밀어 칼로 썰어 만든 면에 멸치·다시마·바지락·닭 등으로 우린 따뜻한 국물을 더해 먹는 대표적 전통 면 요리다.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지 않아 가정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었고, 큰 설비가 필요하지 않아 칼국수집 역시 비교적 쉽게 운영할 수 있었다. 이러한 특성이 오랫동안 칼국수를 서민적이고 접근성 높은 음식으로 자리 잡게 했다.
또한 계절과 지역에 따라 재료를 달리해 끓일 수 있어 전국 어디서나 ‘나만의 칼국수 맛’이 존재한다는 점도 대중성을 높였다. 비 오는 날, 쌀쌀한 날씨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메뉴라는 점 역시 칼국수가 가진 정서적 힘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어, 한국인의 식문화 속에서 칼국수는 ‘국민 음식’으로 자연스럽게 자리매김했다.

국물 맛은 담백함이 기본이다. 멸치·바지락·닭 등 어떤 베이스를 쓰느냐에 따라 구수함·시원함·고소함이 다양하게 표현되며, 칼로 썰어낸 면 특유의 두께감은 탄력 있는 식감을 선사한다. 김, 애호박, 파, 다진 마늘 등을 더해 조리하면 풍미가 깊어지고, 집에서도 식당에서도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가 된다. 화려하지 않지만 편안하고 질리지 않는 맛, 그리고 깊은 국물의 온기가 주는 안정감이 칼국수만의 매력이다.
칼국수가 김밥·짜장면을 제치고 외식 가격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는 이번 조사 결과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한국인의 일상 식탁에 자리 잡은 대표적인 국민 메뉴마저 1만원 벽을 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의미다. 실질 소비자 체감 물가가 앞으로도 부담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