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부활'서 전설의 명곡 부른 가수, 심각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져
2025-11-2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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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원대 불법 투자금 범행 가담 혐의

록밴드 부활에서 보컬로 활동하며 '사랑할수록' 등 히트곡을 남긴 가수 김재희(54)가 2000억원대 불법 투자금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이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일당 69명 중에 김재희가 포함돼 있다.
경찰은 앞서 범행 업체 공동 대표인 A(43)씨와 B(44)씨를 구속하고, 투자자 유치를 맡은 김재희 등 공범 67명은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넘겼다.
A씨 등은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전국 35개 지사를 운영하면서 3만명으로부터 불법 투자금 2089억원을 모은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기 범행 피해자는 총 306명이고 피해 금액은 19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김재희는 이번 범행을 저지른 업체의 부의장 겸 사내이사를 맡아 전국 각지에서 열린 사업설명회에도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재희는 사업에 직접 투자는 하지 않은 채 설명회 참석자들에게 회사 사업을 홍보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재희는 이 같은 역할을 하면서 급여 명목으로 1억원을 받았고, 추가로 고가 승용차(시가 6000만~7000만원 상당)와 8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등은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면서 투자자를 모집했으며, 신규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나눠주는 이른바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김재희는 경찰 조사에서 "사기 범행인지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원이 리더인 록밴드 부활의 4대 보컬인 김재희는 3대 보컬인 고(故) 김재기의 동생이다. 1971년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3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가난한 판자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김재희는 원래 공부를 잘해 증권사 취직을 목표로 덕수상업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형 김재기가 사용하던 기타를 두들기며 음악의 꿈을 키웠다. 형 김재기를 음악적 스승으로 삼아 독학으로 발성을 익혔고, 형과 유사한 음색과 음역대를 갖게 됐다.
1993년 김재기가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부활 3집 '사랑할수록'의 활동이 위기에 처했다. 당시 김재기의 아버지가 장례식장에 온 김태원에게 "동생 재희가 있다. 목소리도 비슷하니 보컬로 써달라"고 적극적으로 부탁했고, 김태원은 김재희에게 '무정 블루스'를 불러보게 한 뒤 정식 보컬로 기용했다.
이에 따라 '사랑할수록'의 음원은 형 김재기의 목소리지만, 뮤직비디오 및 방송 활동은 김재희가 형을 대신했다. 김재희는 부활 3, 4집 활동을 했으나 형의 자리를 빼앗은 것 같은 죄책감과 우울증에 시달렸고, 4집 활동 후 탈퇴했다.
부활 탈퇴 이후 솔로 활동과 팀 활동을 하며 방황했다. CCM 가수와 뮤지컬 가수로 활동하며 가수 활동을 이어갔다.
2013년 '불후의 명곡' 추모연가 특집에 출연해 '사랑할수록'을 열창해 화제를 모았다. 2020년과 2025년 두 차례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에 출연하기도 했다.
김재희는 평소 "형이 불렀어야 했던 노래를 내가 부르는 것"이라며 '사랑할수록'을 부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힌 바 있다. 2016년 자살예방행동포럼에서 '사랑할수록'을 부를 때는 눈물을 참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21년 김태원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형이 과거에 불렀던 '저녁 노을'을 라이브로 선보이며 50대가 넘은 나이에도 3옥타브 솔(G5)을 내질러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