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떡, 육회, 마약김밥... '서울의 맛' 대표하는 명소에 드리운 그림자

2025-11-23 14:32

add remove print link

상인이 상인 상대로 3억대 소송전까지

광장시장 / 연합뉴스
광장시장 / 연합뉴스

서울을 대표하는 맛의 명소가 신뢰 위기로 흔들리고 있다. 빈대떡, 육회, 마약김밥 등 서울의 대표 먹거리로 유명한 광장시장이 바가지 논란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일부 노점이 손님에게 바가지 요금을 청구해 시장 전체의 매출이 급감하자 일반 점포들이 노점들을 상대로 3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하면서 시장 내부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졌다.

23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일반 점포들로 구성된 '광장시장총상인회'가 노점 위주로 구성된 '광장전통시장총상인회'(이하 노점상인회)에 3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올해 안에 제기하기로 했다.

청구액 3억원은 일반 점포 상인이 받은 경제적 피해를 산정한 값이다. 이들은 소속 2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 13일 노점상인회에 내용증명을 보낸 상태다. 아직 답은 없는 상태다.

광장시장은 '광장시장'과 '광장전통시장' 2개 구역으로 나뉘며 각각 상인회를 두고 있다. 광장시장은 1956년 지어진 3층짜리 광장주식회사 건물을 중심으로 시장 서문까지를 말한다. 이 구역의 요식업, 의류, 침구류, 전통공예 등 200여개 일반 점포가 광장시장총상인회에 속해 있다. 노점상인회는 먹자골목에서부터 동문까지의 광장전통시장에 위치한 250여개 점포로 이뤄졌다.

일반 점포들은 내외국인을 상대로 한 바가지 논란을 빚은 곳은 주로 광장전통시장 내 노점이라면서 이들 때문에 손님 발길이 끊겨 피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한다.

한 육회 전문점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주말이면 200석이 꽉 차 대기를 했었는데, 논란 이후엔 자리도 남고 송년회 예약도 안 들어온다. 매출이 60%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한 번 논란이 발생하면 피해가 두 달 넘게 계속된다"고 했다.

13년째 광장시장에서 전통공예품을 판매 중인 이모(48)씨는 "2년 전 비슷한 논란 때도 하필 겨울 비수기라 넉 달 이상 힘들었는데 이번에도 걱정"이라며 "한국인 손님이 줄면 소문나며 외국인 손님도 줄어든다. 관광 가이드도 굳이 여기로 안 데리고 오지 않겠냐"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전통강정 판매점의 오모(57)씨는 "한국인 손님은 반 이상 줄었다. 토요일 하루 매출이 300만원을 찍다가 논란 이후엔 100만원 수준"이라고 연합뉴스에 하소연했다.

광장시장총상인회 관계자는 명칭이 비슷해 항의 전화가 빗발친다면서 억울하다고 했다.

노점상인회 관계자는 "소송을 하면 대응할 것이라고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종로구 관계자는 양쪽 상인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면서도 소송이 실제 진행 중인 상황이 아닌 만큼 아직 개입할 단계는 아니라고 말했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문제의 광장시장 노점. / 연합뉴스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문제의 광장시장 노점. / 연합뉴스

이번 소송의 발단이 된 것은 최근 발생한 바가지 논란이다. 15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이상한 과자가게'의 운영자가 광장시장 내 한 순대 가게에서 8000원짜리 순대를 주문했으나 상인이 1만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유튜버는 "고기를 섞어달라고 요구한 적도, 미리 물어본 적도 없다"며 "주변에서 쳐다보길래 그쯤에서 항의를 멈췄다"고 설명했다. 이에 해당 상인은 "고기 섞어드릴까 하니 섞어달라고 했다"며 "먹고 나서 얼마냐고 묻길래 1만원이라고 했더니 갑자기 욕을 하더니 나를 쥐잡듯이 잡아먹으려 했다"고 억울해했다.

상인회 측은 "유튜버가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 같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유튜버는 "받은 메뉴를 확인해 보니 고기가 추가된 것도 아니었고, 애초에 고기를 먹겠냐고 물어본 적도 없다. 나는 기본 큰 순대만 받았을 뿐"이라며 "말 그대로 고기를 섞어 줬다면 내용물에 고기가 있었어야 할 것 아니냐. 내가 받은 음식접시엔 순대와 내장밖에 없었다"고 재반박했다.

그는 "계좌 이체로 1만원을 결제한 내역이 뻔히 남아 있다"며 "영상 원본을 봐도 결제 확인 장면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광장전통시장상인회는해당 노점에 영업정지 10일 처분을 내렸다. 상인회 관계자는 "사안의 파장이 큰 만큼 10일 영업 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체의 매출 급감은 막지 못했고, 결국 일반 점포들이 노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것이다.

종로구는 광장시장의 상거래 질서 확립과 신뢰 회복을 위해 시장 내 노점 250여곳을 대상으로 '노점 실명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도로법 근거에 따라 시장 내 노점에 점용허가를 부여하고, 면적·기간 등을 명확히 규정해 1년 단위로 갱신·점검할 방침이다.

광장시장은 1905년 개장한 한국 최초의 상설시장이다. 빈대떡, 육회, 마약김밥 등 다양한 전통 먹거리로 유명하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아 '서울의 맛'을 대표하는 명소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시장 전체의 신뢰가 흔들리면서 120년간 쌓아온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