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청 속 설탕에 대한 진실... 크게 착각하는 한국인이 많은 이유

2025-11-2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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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청은 발효된 설탕 음료? 설탕을 기반으로 한 매실 추출액!

매실청. AI 툴로 제작한 사진.
매실청. AI 툴로 제작한 사진.

매실청을 담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발효되면 설탕이 줄어드는 거 아니냐”는 기대를 품는다. 단맛이 부드러워지고 향이 깊어지니 자연스럽게 당이 발효돼 사라질 거라는 착각이 생긴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실발효액의 당 함량은 발효가 진행돼도 거의 줄지 않는다. 맛의 변화는 분명히 느껴지지만, 성분의 구조 변화일 뿐 총 당량이 크게 낮아지는 일은 거의 없다. 매실청은 효모가 설탕을 적극적으로 소모해 알코올을 만드는 주류 발효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며, 구조적으로 당이 많이 소비될 조건도 갖추지 못한다. 이런 과정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매실청이 어떤 발효인지부터 다시 짚을 필요가 있다.

매실청에 들어가는 설탕은 일반 설탕과 완전히 동일한 자당(sucrose)이다. 흰설탕, 황설탕, 원당 등 어떤 형태든 결국 주성분은 모두 자당이고, 발효를 시작한다고 해서 다른 종류의 당으로 변해 태생적으로 ‘몸에 좋은 설탕’이 되는 일도 없다. 발효가 시작되면 설탕은 매실에 존재하는 효소나 소량의 미생물 작용으로 분해돼 포도당과 과당으로 나뉜다.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단맛이 조금 더 부드럽고 점도가 낮아지는 느낌이 생긴다. 그러나 이 변화는 자당이 단순당으로 쪼개지는 과정이며, 총 당량 자체를 감소시키는 요소는 아니다.

매실발효액의 대표적 특징은 ‘삼투압 발효’라는 점이다. 설탕이 워낙 고농도로 들어가 매실 속 수분을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효모나 박테리아가 마음껏 증식하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된다. 효모가 활동하려면 일정 수준 이하의 당 농도와 산소·수분 등이 필요한데, 매실청의 초기 환경은 미생물에게 거의 적대적이라고 봐도 된다. 이런 조건에서는 설탕이 대량으로 소모될 구조 자체가 없다. 발효 중에 일부 미생물이 살아남아 소량의 알코올이나 유기산을 만들 수는 있지만, 이는 전체 설탕량에서 극히 일부만 소모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발효가 어느 정도 지나면 매실청에서 아주 약한 술 향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것 역시 당 일부가 알코올로 전환된 결과다. 하지만 알코올의 실제 수치는 극히 낮고 총 당량의 미미한 조각에 불과하다. 또한 발효가 진행되면서 생성되는 유기산은 청의 산미를 높이고 풍미를 복잡하게 만들지만, 이 역시 설탕을 대량 소비하는 과정과는 관련이 없다. 결국 수백 그램의 설탕이 들어간 매실청에서 실제 발효로 소비되는 당은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은 양이다. 완성된 매실청의 칼로리가 처음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단맛이 달라지고 톤이 부드러워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발효되면 설탕이 몸에 덜 해롭다’는 오해가 생겼지만, 화학적 사실만 놓고 보면 이는 정확한 해석이 아니다. 자당이 포도당·과당으로 분해되면 흡수 속도나 단맛의 질감이 달라지고, 미량의 알코올과 산 생성으로 전체적인 풍미가 바뀌어 감각적으로는 ‘가벼워진 느낌’을 줄 수 있으나, 이것이 총 당량 감축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발효가 강하게 일어나는 식초, 막걸리, 와인 등과 비교하면 매실청의 발효는 구조적으로 매우 제한적이며, 설탕은 대부분 원형에 가깝게 남는다.

따라서 매실발효액은 발효가 진행돼도 총 당 함량이 의미 있게 낮아지지 않는 식품이라는 점을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단맛이 변했다고 해서 칼로리가 줄어든 것도 아니고, 설탕이 ‘사라졌다’고 보는 것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 매실청을 건강을 위한 대체 음료나 설탕 대체재로 기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발효는 맛과 향의 구조를 바꾸며 성분의 일부를 재배열할 뿐, 설탕을 근본적으로 소멸시키지 않는다. 결국 매실청은 ‘발효된 설탕 음료’가 아니라, ‘설탕을 기반으로 한 매실 추출액’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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