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형 전 사령관 "나도 충격적... 무릎 꿇고 계엄은 어렵다고 말했다"
2025-11-2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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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한두 잔 들어가서 무릎 꿇고 말한 것"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이 작년 5∼6월 삼청동 안가에서 비상대권과 계엄을 언급했다"면서 자신은 "불가능하다는 군의 실태를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여 전 사령관은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 나와 이같이 증언했다.
그는 작년 5∼6월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의 안가 저녁 자리와 관련해 "대공수사나 간첩수사 관련 이야기를 했고, 대통령은 나라 걱정 시국 걱정에 쉽지 않다는 공감도 했다"며 "대통령이 감정이 격해졌는데 헌법이 보장한 '대권 조치' 그런 말도 했다. 그 와중에 계엄도 나왔다"고 말했다.
여 전 사령관은 당시 모임의 목적이 방첩사의 대공수사권 관련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자리였다고 진술했다. 그는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폐지되면서 여러 사건이 경찰이나 방첩사로 이관됐다"며 "대통령이 해당 부분에 관심이 많다는 연락을 받고, 그 경과를 보고드리러 간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여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시국을 걱정하며 헌법이 보장하는 비상대권조치, 긴급명령권, 재정명령권 등에 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
여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인데 군이 계엄을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고 느꼈다"며 "일개 사령관이지만 군의 실태를 정확히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 전 사령관은 군에서 계엄 훈련을 거의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군 생활 30년 동안 계엄 훈련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한다고 해도 사령부에서 토의식으로 한 번 정도 진행하는 수준"이라며 "토의 내용도 전시상황에서 동원령, 징발령, 교통통제 등을 상정하는 정도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가 혼란하면 군이 동원될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계엄은 개전 초기에 발령되는데 육군 30만 중에 계엄에 동원될 사람은 없다"며 "전시도 그럴진대 평시에 무슨 계엄을 하나. 훈련해본 적 없고 한 번도 준비한 적이 없다. 아무리 헌법이 보장한 계엄이라고 해도 군은 불가능하다는 실태를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여 전 사령관은 당시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릎을 꿇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이 이유를 묻자 그는 "‘일개 사령관이 무례한 발언을 했구나’ 하는 생각에 무릎을 꿇었다. 술도 한두 잔 들어가서 말한 것이다. 제게도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무릎을 꿇고 발언한 이유에 대해서는 "일개 사령관 주제에 무례한 말을 한 셈이고, 술도 한두 잔 마시다 보니 감정이 격해져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이 계엄을 한다 안 한다 구체적 말을 한 것은 아니다"며 "본인이 '이런 것도 있다'고 하길래 군의 상태를 말한 것이다. 제가 반대를 하고 그럴 계제도 아니고 정확하게 보고드렸다"고 설명했다.
여 전 사령관은 다만 이재명 대통령,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의 이름이 기재된 자신의 메모 관련 질문을 비롯해 나머지 질문 대부분에는 자신의 형사재판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며 진술을 거부했다.
그는 비상계엄 당시 방첩사 병력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해 전산 서버 확보를 지시하고, 여야 정치인 14명을 체포·구금하라고 지시한 혐의혐의로 군사법원에서 재판받고 있다.
특검은 재판에서 여 전 사령관이 과거 '중견간부 이상이 자발적으로 동조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라고 기재한 메모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그는 "중견간부 이상이 계엄에 동의하는 사람이 있겠느냐. 저 메모 하나 보고 (계엄에) 동의하게 했다는 견강부회 같은 말에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