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했다더니 대반전...40톤 대만 수출 기록한 경남 거창 '고품질 과일' 정체
2025-11-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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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계 에르메스의 반격, 대만을 사로잡다
품질로 승부하는 거창 샤인머스캣의 글로벌 도전
한때 ‘포도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며 국내 고급 과일 시장을 장악했던 샤인머스캣이 최근 수년간의 가격 폭락과 품질 논란으로 위기설에 휩싸였지만, 경남 거창이 올해 대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수출 성과를 올리며 반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수출 부진에 대한 우려 속에서 다시금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며 ‘부활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경남 거창군은 25일 서북부경남거점산지유통센터 포도 선별장에서 열린 선적식을 통해 16브릭스 이상 고당도 샤인머스캣 8톤을 대만으로 수출한다고 밝혔다. 물량은 약 5200만 원 규모로, 현지 마트와 소매매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 선적을 시작으로 향후 10~15일 간격으로 총 5회, 누적 40톤·3억7000만 원 상당의 고품질 샤인머스캣을 대만으로 추가 수출할 계획이다.
거창군은 이번 성과가 품질 관리 강화와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거창 샤인머스캣은 높은 당도와 균일한 품질, 산지의 체계적 관리로 국내외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구인모 거창군수는 “거창 샤인머스캣은 우수한 재배 기술과 철저한 품질 관리로 해외에서도 명성을 높여가고 있다”며 “해외 판로 확대와 물류 지원을 강화해 농가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만 수출 성과는 최근 몇 년간 흔들렸던 샤인머스캣의 시장 위상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샤인머스캣은 수년간 가격이 폭락하면서 ‘포도계 에르메스 몰락’이라는 표현까지 나돌았다. 주산지 농가들은 “수익은 줄고 품질 신뢰마저 무너졌다”고 호소할 정도였다.
가장 큰 원인은 ‘공급 과잉’이다. 샤인머스캣은 재배가 비교적 쉬운 데다 저장성이 좋아 전국적으로 재배 면적이 단기간에 급증했다. 2017년 전체 포도 재배면적의 4%에 불과했던 샤인머스캣은 2020년 22%, 2022년에는 41%로 확대됐고, 지난해에는 44%까지 치솟으며 기존 주력 품종인 캠벨얼리(29%), 거봉류(17%)를 크게 앞질렀다. 농가 쏠림 현상이 결국 가격 붕괴로 이어진 것이다.
문제는 공급량 증가만이 아니었다. 시장 신뢰를 흔든 더 큰 요인은 ‘품질 저하’였다. 소비자 불만의 상당수가 “예전보다 당도가 낮다”, “껍질이 질기다”는 내용이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샤인머스캣은 한 가지에서 500~600g 정도의 송이를 키워야 안정적인 당도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농가에서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800g 이상까지 키우는 사례가 늘면서 당도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로 출하되는 일이 많아졌다. 겉모습은 멀쩡하지만 맛이 떨어지는 포도가 시장에 대거 나오면서 소비자 신뢰가 크게 흔들렸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도 “샤인머스캣은 외관 변화가 뚜렷하지 않아 미숙한 상태에서도 시장에 나오기 쉽다”며, 조기 출하가 반복될 경우 품질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 유통업계에서도 최근 소비자 불만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며 ‘샤인머스캣 맛 저하’ 논란이 확산돼 왔다.
하지만 이번 거창 샤인머스캣의 대만 수출은 ‘품질 관리가 철저할 경우 여전히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사례로 평가된다. 당도 16브릭스 이상이라는 기준 자체가 엄격하고, 거창군이 산지 관리와 검수 과정을 단계적으로 강화해온 덕분에 바이어의 신뢰를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샤인머스캣의 매력은 여전히 분명하다. 높은 당도와 아삭한 식감,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편의성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강력한 경쟁 요소다. 머스캣 특유의 은은한 향과 풍부한 풍미는 고급 과일 수요가 높은 해외 소비자와 잘 맞는다. 또한 폴리페놀·비타민 C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건강식 과일로도 인식되고 있다.

올해 거창군의 40톤 규모 대만 수출이 국내 가격 회복과 시장 안정성 회복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최소한 품질 중심의 철저한 재배·출하 체계가 다시 주목받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분명하다. 급격한 확장으로 불안정해졌던 샤인머스캣 시장에 ‘품질이 곧 경쟁력’이라는 기본 원칙을 되새기게 하는 사례로도 평가된다.
거창 샤인머스캣의 반등은 단순한 수출 성공이 아니라, 몰락 위기까지 겪었던 프리미엄 과일의 브랜드 가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