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아미산 사망 육군 일병 1주기…현재 사건 상황, 기막히다

2025-11-2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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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부실한 구조 대응, 생명을 외면하다
4시간 40분의 침묵, 한 병사의 마지막 외침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육군 김도현 일병이 1주기를 맞았다.

고인은 육군 제20기갑여단 53포병대대 소속이었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일병은 당시 강원도 홍천군 아미산 정상에 통신 장비를 설치하는 훈련에 투입됐다. 현장 지휘관 홍 모 중사는 산행에 참여하지 않고 군용차에 남겠다고 했다. 오전 10시경, 이모 하사와 상병 2명, 김 일병 등 총 4명이 산에 올랐다.

아미산 일대는 경사가 급하고 지형이 험한 편이었다. 이 과정에서 선임병은 다리에 통증을 호소하며 김 일병에게 짐을 대신 맡겼다. 김 일병은 기본 장비 25kg에 추가로 12kg을 더해 총 37kg에 달하는 무게를 짊어지고 이동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김 일병은 짐을 한 번에 옮기지 못하고 몇 차례 오르내리며 반복적으로 장비를 운반했다.

고 김도현 일병 / 유튜브 '실화 On'
고 김도현 일병 / 유튜브 '실화 On'

이동 중 김 일병은 비탈길에서 실족해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하지만 함께 있던 이 하사와 다른 병사들은 한동안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일병의 실종 사실은 오후 1시 36분경 확인됐고, 이를 현장 지휘관인 홍 중사에게 보고했다. 14분 뒤인 오후 1시 50분, 부대원들은 김 일병의 "살려달라"는 구조 요청 음성을 들었다고 진술했다.그러나 이 시점에서도 군은 119에 신고하지 않았다. 김 일병이 쓰러진 상태로 발견된 것은 오후 2시 29분, 실종이 확인된 지 약 1시간 뒤였다. 구조가 시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때까지도 외부 구조 요청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오후 2시 56분이 돼서야 119에 첫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은 뒤 산림청 소속 구조 헬기가 출동했으나, 오후 4시 44분 군 헬기가 상공에 도착하자 군은 산림청 헬기의 철수를 요청했다. 하지만 군 헬기는 로프가 나뭇가지에 걸렸다는 등의 이유로 구조 작업을 중단했다. 이후 오후 5시 18분, 군은 다시 119 구조 헬기를 요청했고, 오후 6시 5분에 구조가 완료됐다.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18분. 하지만 이미 김 일병은 숨진 상태였다. 부검 결과 유력하게 추정되는 사인은 콩팥 파열이었다.

실종 인지 시점부터 병원 이송까지 소요된 시간은 약 4시간 40분에 달한다. 구조 요청이 즉시 이뤄졌다면, 혹은 헬기 투입에 혼선이 없었더라면 생존 가능성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유튜브 '실화On'
유튜브 '실화On'

당시 구조에 투입된 산림청 관계자는 “현장 요청이 있었다면 초기에 구조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고, 날씨나 지형도 투입에 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군 측은 내부 보고 체계상 절차를 우선시했으며, 상황 판단과 관련한 명확한 기준이 부족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경찰은 김 일병 소속 부대 대대장(중령)과 포대장(중위), 소대장 임 상사와 홍 중사, 이 하사 등 5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현장 간부를 제외한 나머지 피의자들까지 같은 혐의를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판단, 경찰에 사건을 돌려보내며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현재도 피의자들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군 내부서도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고 여전히 일선 부대 지휘관으로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김 일병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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