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가위눌림을 소개할게요, 17kg 빠졌어요”... 아내가 2개월 뒤 전한 비보

2025-11-2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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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가위눌림인 줄 알았는데...

잠을 자다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발작적으로 깨는 남편. 아내는 이를 단순한 가위눌림으로 여기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네티즌들에게 어떻게 해야 가위눌림을 막을 수 있는지 물었다. 이 물음이 게재된 지 5개월 만에 비보가 전해졌다. 아내는 자신이 글을 올린 지 두 달 뒤 남편이 잠자던 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했다. 아내가 남긴 절절한 경고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키고 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2020년 5월 27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한 여성의 글이 올라왔다. "남편이 얼마 전부터 가위를 눌리기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남편과 자신 모두 34세고, 결혼한 지 1년 6개월 됐으며, 시댁이나 친정 문제도 없이 맞벌이로 열심히 살고 있다고 밝혔다.

아내는 어느 순간부터 남편에게 이상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정확하게는 가위와 악몽에 가깝다"며 "자다 새벽에 비명을 지르면서 깨거나, 발작적으로 기겁하면서 일어나거나, 발을 허공을 향해 걷어찬다. 제 팔을 너무 세게 쥐어서 피멍이 든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증상은 점점 심각해졌다. 아내는 "요즘엔 제가 침대 밑에서 자다가 상태가 안 좋으면 깨워준다"며 "일주일에 4, 5일 정도 가위에 눌린다"고 전했다. 그는 남편 체중이 17kg이나 빠졌다면서 "하루에 제대로 자는 게 두 시간 남짓도 안 될 때가 많아서 다크서클이 생기고 회사생활이 힘들어 커피를 대여섯 잔씩 달고 산다"고 밝혔다.

수면유도제 처방도 받아봤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아내는 "수면유도제를 먹으면 가위를 눌리진 않는데 종일 술이 덜 깬 것처럼 멍하고 잠을 자도 잔 기분이 아니라 눈 감았다 뜬 기분이라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매트리스, 베개, 침구류, 자세 등을 모두 바꿔봤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아내를 불안하게 만든 것은 악몽의 내용이 점점 더 디테일하고 소름 끼치는 내용으로 바뀌어간다는 점이었다. 남편이 아내에게 전한 악몽 중 하나는 이랬다.

"김포 쪽에 있는 회사 창고에 들어갔는데 양쪽으로 사천왕처럼 생긴 불상들이 서 있었어. 인기척이 느껴져 '누구세요? 여기 함부로 들어오시면 안 되는데요'라고 하니 한 아주머니가 '아이고 몰랐어요. 금방 나갈게요'라고 했어. 이상한 느낌이 들어 가까이 가서 '근데 여기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누구신데요?'라고 물으며 코너를 도는데, 코너 안쪽에 검은 옷을 입은 아줌마 4명이 쪼그리고 앉아 있었어. 한 명은 키가 2m 50cm는 될 것 같았고, 한 명은 입이 귀까지 찢어진 채로 얼굴을 까맣게 칠하고 웃고 있었고, 한 명은 눈동자가 한쪽에 2개씩 있었고, 한 명은 팔다리가 없이 몸통만 있는데 쉴 새 없이 뭘 먹고 있었어. 그들은 '우리는 죽음입니다'라고 대답했어. 동료와 함께 뒤돌아서 밖으로 뛰는데 뒤에서 팔 여러 개가 나를 붙잡고는 귀에다 대고 '기기기긱 기기긱 끼기기긱' 이런 소리를 계속 내면서 키득거렸어.“

남편은 새벽 3시에 비명을 지르며 깼다고 한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고 한다. 악몽의 내용이 너무 생생해서 얼굴 생김새 하나하나를 기억할 정도였다.

또 다른 악몽에서는 집에 든 도둑이 낫을 들고 쫓아왔다.

"한쪽 발목을 잘렸어. 다른 쪽 발과 팔로 기어서 도망쳤어. 그런데 다른 쪽 발목도 OO어. 분명히 따라잡을 수 있는데도 천천히 뒤에서 따라오기만 했어. 기는 게 너무 힘들어서 멈추면 와서 손가락을 하나씩 OO어. 결국엔 팔 하나만 남은 채 다른 부위를 다 OO고 기어가다가 멈춰서 제발 그냥 죽여달라고 하니까 그 사람이 와서 '안 돼. 아직 팔 한쪽이 남았잖아'라고 했어.“

아내는 "이젠 제가 가위를 눌리는 건지 남편이 눌리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라며 "이런 경우 뭐가 문제일까. 혹시 효험이 있다면 굿이라도 해야 할까. 아니면 정신과 진료를 받아봐야 하는 걸까"라고 물으며 네티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네티즌들은 다양한 조언을 내놨다. 일부는 정신과 진료를 권했고, 일부는 종교나 무속신앙 쪽을 추천했다.

아내는 추가 글에서 "처음에는 그냥 잠을 좀 못 자는 증상이었는데 점점 순차적으로 심해진 거"라며 "정신과에 대해선 남편이 좀 확고했다. 정신병이나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고 해서 아직 못 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서 얘기를 안 했는데 자고 일어나면 팔다리에 자꾸 멍이 들어 있다"며 "부딪힐 만한 구조가 아닌데도 그래서 조금 더 찝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단 지금 제 생각으로는 신경정신과-무속신앙-종교 순으로 해보자고 하려고 한다"며 "어느 정도 일이 해결되면 걱정해주신 분들을 위해서 다시 알려드리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6개월 뒤인 2020년 11월 19일 아내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남편이 3개월 전인 7월에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수면 검사를 받는 모습. AI 툴로 제작한 사진.
수면 검사를 받는 모습. AI 툴로 제작한 사진.

아내는 "종합검진 후 수면클리닉 치료를 병행하던 중이었다. 수면 중 각성장애와 행동장애 등의 수면질환 판정을 받고 휴직과 함께 통원치료, 심리상담을 진행 중이었다"며 "종교 또는 무속신앙 쪽으로 해보라고 권유한 댓글이 많았지만 병원 진료로 상태가 호전되는 듯해서 그쪽으로는 따로 진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편의 사인은 심장마비"라며 "자던 중에 벌어진 일이라 손 쓸 틈이 없었다"고 전했다. 아내는 "많은 충격과 조금 더 빨리 병원을 찾았어야 한다는 생각 등으로 자책하는 시간과 정리하는 시간이 좀 걸렸다"며 "혹여나 무슨 일이 생기면 병원을 빨리 가야 한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부분이 너무 크게 다가와버렸다"고 후회했다.

이 사연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온라인상에서 회자되며 많은 이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다. 단순히 가위눌림이나 악몽으로 여겨졌던 증상이 실은 심각한 수면장애의 신호였고, 결국 심장마비로 이어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수면 중 각성장애와 행동장애가 단순한 수면 문제를 넘어 심혈관계 질환과 연관될 수도 있다. 수면 중 반복적으로 깨거나 비명을 지르는 증상, 발작적인 행동, 심한 악몽 등이 비정상적으로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당시 자신을 현직 의사라고 밝힌 네티즌은 아래와 같이 말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평소 있던 가위눌림 등 수면장애와 심장이상이 아주 연관이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렘수면행동장애라고 해서 수면 중에 잠꼬대와 꿈과 관련된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흔히 가위눌림으로 오해합니다. 이 경우 알파-시누클레인이라는 물질이 자율신경계를 침범하는 일이 빈번하고 이로 인해 심박동이 느려지거나 심박 조율이 흐트러질 수 있습니다. 젊은 분들도 약간의 부정맥이 있는데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아 기저요인이 있었다면 주무시던 중 심장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남편분 나이가 젊어서 의사들도 단번에 예방이나 진단은 힘들었을 겁니다. 그러니 아내분께서 자책하거나 그럴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고생 많았습니다.”

수면장애는 심장에 부담을 주고 부정맥이나 심근경색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30~40대 젊은 층에서도 수면 중 심장마비가 발생할 수 있기에 증상이 반복되면 절대 방치해선 안 된다. 가위눌림과 악몽이 자주 반복되고, 수면의 질이 떨어지며, 체중 감소나 피로감이 동반된다면 단순한 스트레스가 아닌 의학적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 건강할 때 미리 검사를 받고,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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