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무섭게 치솟아 난리인데…중국인들에게는 '지금이 매수 기회'

2025-11-25 16:10

add remove print link

중국 위안화, 달러보다 더 올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최근 5개월 새 6%대 올랐지만,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8% 이상 올라 '달러값'으로 환산하면 오히려 가격이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 뉴스1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 뉴스1

이 기간 중국 위안화는 달러보다 더 올라 중국인 매수자들에게는 서울 집값이 상대적으로 더 낮아졌다.

24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76.5원으로 올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6월 24일 1359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개월 만에 8.65% 오른 것이다. 중국 위안화는 상승폭이 더 크다. 같은 기간 원위안 환율은 189.67원에서 207.77원으로 9.54% 올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6월 대비 5개월 간 6.02% 올라 환율 상승폭에 못미쳤다. 서울 아파트는 11월 전월 대비 1.72% 올라 2020년 9월(2.00%) 이후 5년 2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원화 약세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 부동산을 '할인 세일' 상품처럼 보이게 만든다. 최근 몇 년 새 외국인들의 국내 아파트 매수세가 급증한 가운데 원화 평가절하까지 이뤄지면서 투자여력이 높아진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보유 아파트는 2022년 말 5만135가구에서 2023년 말 5만 5188가구, 2024년 말 6만 654가구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외국인 주택소유통계 주요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 보유주택 중 약 56%가 중국인 소유로 집계됐다.

환율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달러나 위안화를 보유한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구매력이 증가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는 서울 집값에 간접적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 뉴스1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 뉴스1

향후 경상수지 둔화, 재정수지 악화, 장기 자본유출 확대 등 구조적 리스크가 누적되면서 원화 약세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환율 불안정성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결정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고금리가 이어지면 주택 구매 수요는 위축되지만, 동시에 공급도 줄어드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고환율은 건축비와 분양가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2025년 11월 월간 건설시장동향'에 따르면 9월 기준 건설용 수입 중간재 물가지수는 121.8로 전년 동기 대비 4.0% 상승했으며, 건설공사비지수는 9월 131.66으로 조사 이래 월별 최고치를 경신했다.

철근, 합판, 석재 등 수입 비중이 높은 주요 자재 가격이 뛰면서 공사비 전반이 상승하고 있다. 전선·케이블은 2.36%, 냉간압연강재는 1.3%, 산업용 가스는 1.09% 상승하는 등 자재 전반의 가격이 오름세를 보인다. 한번 오른 건축비는 환율이나 금리와 달리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주 52시간제 등 제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건축비의 '불가역적 상승'이 고착화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신축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063만원으로 평균 매매가격 1918만원보다 145만원 높았다. 서울 신축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4820만원으로 평균 매매가 4300만원보다 520만원 높았다. 높은 분양가는 기존 아파트 가격의 '가격 하단(price floor)'으로 작용한다. 신축이 비싸니 구축 아파트 가격도 쉽게 내려갈 수 없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서울 아파트 시장은 '거래 절벽 속 가격 경직성' 양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원화 기준으로는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되, 거래량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고가 저거래' 시장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강남권 핵심 입지와 재건축 단지는 외국인 수요와 건축비 상승에 힘입어 가격 방어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외곽 지역과 중소형 아파트는 수요 부족으로 양극화가 심화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