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 이순재와 부부 연기했던 나문희, 모두가 놀랄 '제안' 꺼냈다
2025-11-2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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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호텔에서 소식을 접한 나문희
배우 나문희(84)가 25일 별세한 고 이순재를 향한 각별한 동료애와 깊은 그리움을 드러냈다.
나문희는 이날 스타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선생님은 우리 문화의 역사 그 자체”라며 “충무로에 ‘이순재로’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문희와 고 이순재는 2006년 11월부터 2007년 7월까지 방영된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부부로 출연하며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극 중 나문희가 며느리 박해미와 음식 이름을 두고 다투다 “호박고구마”라고 외치는 장면은 현재까지도 후배 연기자들 사이에서 패러디될 정도로 회자된다. 고 이순재 또한 당시 ‘야동 순재’라는 별명을 얻으며 코믹 캐릭터를 능숙하게 소화했다.
나문희는 고인을 회상하며 “연기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늘 열정을 잃지 않으셨다”며 “‘하이킥’ 촬영 때 한 번도 빠지거나 쉬신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후배들의 연극을 보러 다니셨다”고 덧붙였다.

두 배우는 2014년 9월 연극 ‘황금연못’에서 다시 만났다. ‘거침없이 하이킥’ 이후 8년 만에 노부부로 무대에 서며 관객의 관심을 모았다. 나문희는 제작발표회에서 “우리집 영감이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이순재 선생님이 내 남편 같고 편하다”며 “하이킥 때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마음 놓고 의지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중에 또 같이 작품을 하고 싶다는 꿈 같은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이제는 그 꿈이 이루어질 수 없어 안타깝다”고 애도를 표했다.
현재 부산 해운대에서 둘째 딸과 머물고 있다는 나문희는 “호텔 지배인을 통해 소식을 접하고 깜짝 놀랐다. 편찮으시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나도 이제 힘이 없어 자주 뵙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 이순재는 이날 새벽 세상을 떠났으며, 향년 91세였다. 국민 배우의 타계 소식에 연예계는 큰 슬픔에 빠졌다. 생전 함께 작품을 한 동료들은 SNS를 통해 애도의 글을 남기며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27일 오전 6시 20분이며, 장지는 경기 이천 에덴낙원이다. 상주에는 부인 최희정 씨와 아들, 딸이 이름을 올렸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고 이순재는 4세 때 조부모를 따라 서울로 내려왔으며, 호적상으로는 1935년생으로 기록돼 있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한 그는 1965년 TBC 1기 전속 배우로 활동하며 100편이 넘는 드라마에 출연했다. 방송, 영화, 연극을 가리지 않고 활약하며 한국 대중문화에 큰 족적을 남겼다.
1970~80년대 한국방송연기자협회 회장을 세 차례 역임하며 연기자 권익 향상에도 힘썼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는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 후보로 서울 중랑갑에 출마해 당선되었으며, 국회의원으로서 민자당 부대변인과 한일의원연맹 간사 등을 역임하며 연기뿐 아니라 사회와 문화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발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