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이름으로, ‘다름’을 넘어 ‘하나’를 외치다
2025-11-2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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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이름으로, ‘다름’을 넘어 ‘하나’를 외치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25일, 경남 창원의 한 호텔에 대한민국 종교계의 ‘어벤져스’가 총출동했다.
기독교의 목사부터 불교의 스님, 유교의 유림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다른 신을 섬기고 다른 경전을 읽는 종교 지도자들이, ‘종교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이라는 하나의 깃발 아래 모인 것이다. 이는 신의 이름으로 서로를 할퀴고 반목했던 인류의 부끄러운 역사를 넘어, 이제는 서로를 보듬고 함께 세상의 빛이 되겠다는 엄숙하고도 아름다운 약속의 자리였다.
◆“종교의 자유는, 신이 주신 권리”
이날 포럼의 가장 큰 울림은, ‘종교의 자유’가 특정 종교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신앙인의 ‘보편적 권리’임을 재확인한 데 있었다. 서진우 목사는 “종교의 자유는 국가 이전에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천부인권”이라고 힘주어 말하며, 나와 다른 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로 억압하고 차별하는 모든 행위는 신의 뜻을 거스르는 ‘반(反)종교적 행위’임을 분명히 했다.
◆“산 정상은 하나,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
법장 스님의 비유는, 종교 간 화합의 본질을 꿰뚫었다. 그는 “기독교인이 오르는 산과 불교인이 오르는 산의 정상은 결국 ‘진리’라는 하나의 봉우리”라며, “서로 다른 길을 오르고 있다고 해서 손가락질할 것이 아니라, 서로의 길을 비춰주고 이끌어주는 ‘등불’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종교 간의 다름을, 틀림이 아닌 ‘풍요로움’으로 인정하는 성숙한 종교관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물질만능 시대, 종교가 ‘나침반’이 되어야
물질만능주의와 극단적 이기주의가 팽배한 시대,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깊은 성찰도 이어졌다. 안신 한국종교학회 회장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윤리, 저출산과 고독사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복잡한 문제들 앞에서, 종교가 시대의 ‘도덕적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종교가 더 이상 교리 안에만 갇혀 있을 것이 아니라, 세상의 가장 아픈 곳으로 나아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을 일깨운 것이다.
◆네 가지 약속, ‘평화’를 향한 첫걸음
이날 행사는, 단순히 말의 성찬으로 끝나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인간 존엄 수호 ▲신앙의 자유 존중 ▲종단 간 대화 강화 ▲평화 공동체 지향이라는 네 가지 원칙을 담은 ‘종교평화 선언문’을 함께 채택하며, 구체적인 실천을 약속했다. 이는 종교가 분열과 갈등의 불씨가 아닌, 우리 사회를 하나로 묶는 가장 따뜻하고 강력한 ‘평화의 접착제’가 되겠다는 대국민 선언이었다. 창원에서 시작된 이 작은 날갯짓이,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에 평화의 바람을 일으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