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시골, 마트 실종… '먹거리 사막’ 막는다...국회, ‘식품사막 방지법’ 첫 발의
2025-11-2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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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농촌의 식품 접근성 위기…건강 형평성 붕괴 현실화
美·日 이미 법제화…한국, 뒤늦게 제도 마련 시동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농촌과 산촌 등 지방 고령층 거주지에서 기본적인 먹거리조차 사기 어려운 이른바 ‘식품사막지역’이 급증하면서 초고령 사회의 건강 불평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가 처음으로 식품 접근성 개선을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은 최근 「국민영양관리법 일부개정안」과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며 ‘식품사막지역’ 개념을 법에 도입하고 국가·지자체가 식품 공급 대책을 마련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공개했다.
국가통계에 따르면 전국 10곳 중 7곳(73.5%)이 식품점포조차 없는 행정리이며, 이러한 지역 대다수가 고령 인구 비율이 40%를 넘는 농촌에 집중돼 있다. 마트·슈퍼가 없어 5km 이상 이동해야 신선식품을 구매할 수 있거나, 온라인 쇼핑 접근성조차 낮아 고령층은 식단이 급격히 단순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식품사막화(food desert)’ 문제를 공공정책 영역으로 다루고 있다. 미국은 2008년 「식품·보존·에너지법」에 식품사막 정의를 명시하고 ‘푸드트러스트’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식품 공급망 확충에 나섰다. 일본 역시 올해 개정된 「농업기본법」에서 식품접근성 향상을 국가 책무로 규정하며 이동판매 트럭, 지역 푸드허브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소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식품사막지역’ 법적 정의 신설 ▲정기 조사 의무화 ▲지역먹거리계획에 ‘식품접근성’ 항목 포함 ▲먹거리지원센터의 구매환경 개선사업 명문화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사실상 식품 접근성 문제를 복지·농업·지역정책 전반의 과제로 끌어올리는 첫 입법 시도다.
소병훈 의원은 “지금까지 영양정책은 취약계층 대상 지원에 집중돼 있었지만, 접근성 자체가 무너진 지역에서는 정책 효과가 나타날 수 없다”며 “고령층의 기본 먹거리권을 국가가 책임질 수 있도록 제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식품사막화 해결이 단순히 ‘장보기 편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수명 단축·만성질환 증가·지역 공동체 붕괴로 이어지는 복합적 사회 문제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동형 마켓, 공공배송, 로컬푸드 플랫폼 구축 등 다양한 정책 실험이 병행돼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