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의 한숨, 펜 끝에서 ‘문학’으로 피어나다
2025-11-2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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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의 한숨, 펜 끝에서 ‘문학’으로 피어나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매일같이 반복되는 행정 서류와 씨름하고, 교육 현장의 희로애락을 온몸으로 부딪쳐온 평범한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땀과 눈물, 보람이 담긴 노동의 현장을 문학이라는 그릇에 담아내 전국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들은 키보드 대신 펜을 잡고, 팍팍한 현실을 가장 진솔한 언어로 풀어내며 문학의 힘을 증명했다.
◆책상 서랍 속에 잠자던 이야기들
이번 ‘제7회 공무원 노동문학상’을 휩쓴 전남도교육청 소속 4명의 조합원들은, 전문 작가가 아닌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이다. 수필 부문 최우수상을 거머쥔 박주하 조합원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감정들을 글로 옮기는 과정 자체가 치유였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들의 작품에는 교실의 소음, 민원인의 하소연, 동료와의 갈등과 연대 등, 책상 서랍 속에 묻어두었던 날것 그대로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나는 작가다’, 이름이 현실이 된 동아리
이번 쾌거가 더욱 놀라운 이유는, 4명의 수상자 중 3명이 목포교육지원청의 작은 학습동아리 ‘나는 작가다’ 소속이라는 점이다. 함께 모여 글을 쓰고, 서로의 작품을 읽어주며 용기를 북돋웠던 이 작은 연대가, 전국을 놀라게 한 ‘문학의 인큐베이터’가 된 것이다. 이들은 동료애라는 가장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나도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노동의 가치, 문학의 옷을 입다
‘공무원 노동문학상’은 단순히 글솜씨를 겨루는 자리가 아니다. 정형화된 보고서나 공문서로는 결코 담아낼 수 없는, 노동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가치를 재조명하는 의미 있는 무대다. 수상자들은 이날 시상식에서 창작의 고통과 기쁨을 나누며, 노동과 문학이 만났을 때 얼마나 큰 공감과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연필 한 자루가 무기가 될 수 있도록
민성남 노조지부장은 “조합원들의 진심이 담긴 목소리가 문학으로 인정받아 가슴 벅차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조합원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연필 한 자루가 때로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위로가 될 수 있는 문화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의 펜 끝에서, 전남 교육 현장의 내일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