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넘어 ‘길’을 내다~전남도교육청, 남북 청소년 잇는 ‘평화의 KTX’ 띄운다
2025-11-2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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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넘어 ‘길’을 내다~전남도교육청, 남북 청소년 잇는 ‘평화의 KTX’ 띄운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정치적 ‘통일(統一)’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수십 년째 멈춰 선 남북 관계. 전라남도교육청이 이 낡은 공식을 깨고, 사람과 사람이 먼저 만나는 ‘통일(通一)’의 새로운 길을 내겠다며, 남북 청소년 10만 명을 잇는 담대한 ‘평화 프로젝트’의 시동을 걸었다. 이는 이념의 장벽을 넘어, 미래 세대의 교류와 공감으로 평화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발상의 대전환이다.
◆정치보다 사람이 먼저…‘통일(通一) 로드맵’
전남교육청이 통일부에 제안한 청사진의 핵심은, 정치적 통일(統一)보다 문화적·인간적 소통(通一)이 먼저라는 데 있다. 이 거대한 여정은 3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는 지난 10년간 다져온 평화·통일교육의 성과를 바탕으로 교류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다지는 단계다. 2단계는 국내의 이념 갈등부터 허무는 ‘전남·경북 학생 평화 수호 프로젝트’다. 동서 화합의 상징인 두 지역 학생들이 함께 DMZ를 걷고 역사를 토론하며, 통일을 향한 내적인 힘을 기른다.
그리고 마지막 3단계는, 마침내 목포역을 출발한 ‘평화의 KTX’가 도라산역과 개성, 평양을 거쳐 중국 단둥까지 달리는, 10만 명의 남북 학생이 함께하는 대장정이다. 만약 북한의 빗장이 열리지 않더라도,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아시아 청소년들이 함께하는 ‘평화 포럼’과 문화 축제를 여는 등, 어떤 상황에서도 교류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현실적인 대안까지 마련했다.
◆교육감·장관·국회의원…‘꿈의 동맹’ 결성
이 담대한 구상은 결코 교육청만의 꿈이 아니다. 지난 25일, 김대중 전남교육감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직접 만나 이 계획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는 김문수 국회의원과 나광국 전남도의원까지 동행하며, 교육청-중앙정부-국회-지방의회를 잇는 초유의 ‘평화 드림팀’이 결성됐음을 알렸다. 이는 특정 기관의 사업을 넘어,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현실의 벽, ‘법 개정’으로 뚫는다
정동영 장관은 전남교육청의 선도적인 노력에 놀라움을 표하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다만, 당장의 예산 지원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벽을 인정하면서도, “정부와 지자체에 잠자고 있는 남북교류기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이 개정된다면, 최우선으로 지원하겠다”는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이에 김문수 의원과 나광국 의원 역시 법 개정과 지자체 협력을 이끌어내겠다며 힘을 보태, ‘꿈’을 ‘현실’로 만들 구체적인 로드맵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국경을 넘는 평화 감수성을 키우다
김대중 교육감은 “AI와 기후 위기 시대의 아이들에게는, 국경을 넘어서는 초국가적 평화 감수성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미래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전남에서 시작된 이 작은 날갯짓은, 단순히 남북 관계 개선을 넘어, 우리 아이들을 진정한 ‘세계 평화의 리더’로 키워내는 가장 위대한 교육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