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고층 아파트 ‘초대형 화재’…사망 44명·실종 279명
2025-11-2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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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현재까지 한국인 피해 없어…홍콩 상황 예의주시”
홍콩 북부 타이포 지역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난 대형 화재로 사망자가 44명까지 늘고 279명이 실종돼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AP, 로이터통신, 홍콩 성도일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2시 52분께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주거용 고층 아파트 단지인 '웡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가 난 아파트는 8개 동 2000여 가구 규모로 약 4800명이 거주하는 대단지다. 불길은 여러 동으로 번지며 붉은 연기가 치솟았고 당국은 오후 6시 22분 최고 등급인 5급 화재 경보를 발령했다. 이 등급 경보가 내려진 것은 2008년 몽콕 나이트클럽 화재 이후 처음이다.
홍콩 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 수는 최소 44명으로 늘었고 중태에 빠진 부상자도 45명으로 증가했다. 구조가 진행되는 동안 최종 사상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장은 총력 대응 체제로 돌아갔다. 소방차 140대 이상과 소방관 800명 이상이 투입됐고 구조된 주민들은 9개 병원으로 나뉘어 이송됐다. 대피한 주민 900여 명은 인근 학교 건물 등 8~9개 대피소로 분산 수용됐다. 다만 고층 건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주민들이 있고 아직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인원도 많아 피해 규모가 계속 커질 수 있다.
화재 여파로 도시 기능도 일부 차질을 빚었다. 홍콩 교통부는 주요 고속도로 중 하나인 타이포 로드 일부 구간을 전면 폐쇄했고 교육국은 화재와 교통 혼잡을 이유로 27일 최소 6개 학교가 휴교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국영 CCTV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력을 다해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지시했다.
현지 경찰은 이번 화재와 관련해 남성 3명을 체포했다. 로이터통신은 홍콩 공영방송 RTHK를 인용해 경찰이 과실치사 혐의로 3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전했으며 신원과 구체적 연관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홍콩 행정 수반인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이번 상황을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다만 불길은 단계적으로 잡히고 있으며 소방 당국이 진압과 구조에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최우선 과제가 화재 진압과 부상자 구조라고 강조했다.

화재 확산에는 공사 중이던 외벽 구조물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불이 난 건물은 1년 넘게 대규모 보수 공사 중이었고 외벽을 둘러싼 대나무 비계와 공사용 안전망으로 불이 옮겨붙어 순식간에 커졌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홍콩 정부가 대나무 비계의 화재 취약성을 이유로 난연성 철재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는 점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 홍콩 아파트 화재와 관련해 현재까지 한국인 피해는 파악되지 않았다. 27일 오전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외교부 당국자는 “현지 우리 공관이 홍콩 관계 당국과 긴밀히 소통하며 우리 국민 피해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 등 외신들은 이번 화재를 지난 30년 가까이 홍콩에서 발생한 가장 치명적인 화재로 보고 있다. 당국은 진화와 동시에 고층에 고립된 주민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실종자가 200명을 훌쩍 넘는 만큼 최종 피해 규모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