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 관객 못 넘겼는데…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 1위 뒤집은 ‘한국 영화’
2025-11-2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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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흥행 부진 딛고 OTT에서 1위 등극한 숨은 명작
청춘의 따뜻한 감정을 담은 코믹 영화의 반전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가 영화관 흥행 부진을 딛고 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 한국 영화 1위에 오르는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지난 8월 13일 극장 개봉 당시 누적 관객 43만 명(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에 머무르며 손익분기점인 170만 명에 한참 못 미쳤던 작품이 OTT 진출과 동시에 존재감을 폭발시킨 것이다. 27일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 집계에서도 ‘악마가 이사왔다’는 당당히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새벽마다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임윤아)를 감시하는 기묘한 아르바이트에 휘말린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의 이야기를 그린 악마 들린 코미디 영화다. ‘엑시트’로 942만 관객을 모았던 이상근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고, 임윤아·안보현·성동일·주현영 등 충실한 캐스팅으로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다만 극장가에서는 ‘조정석 vs 임윤아·이상근’의 흥행 구도 속에서 ‘좀비딸’에 밀려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OTT에선 분위기가 정반대로 흘렀다. 지난 25일 넷플릭스에 업로드된 지 이틀 만인 27일, ‘악마가 이사왔다’는 ‘커미션’, ‘천국은 없다’, ‘프랑켄슈타인’ 등 경쟁작을 모두 제치고 TOP 10 영화 부문 1위에 올랐다.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해외 신작들과 비교해도 빠른 반응 속도다. 그동안 조용히 입소문을 타던 작품이 넷플릭스를 기점으로 지체 없이 상승세를 탔다.
이 같은 반전 흥행에는 이상근 감독 특유의 유머 감각과 캐릭터 중심 연출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많다. 감독은 이번 작품에도 ‘엑시트’의 팬들을 위한 오마주를 곳곳에 심어두었다. 극 중 숫자 ‘942’를 숨겨두는가 하면, ‘엑시트’에 등장했던 암길동을 공항 버스 노선 스티커에 등장시키는 등 세심한 팬 서비스가 눈길을 끈다. 길구라는 인물을 또 한 번 ‘청년 백수’로 설정해 평범함 속 비범함을 드러내는 이상근 감독 특유의 캐릭터 방향성도 유지됐다.

배우들의 활약 역시 관객 반응을 끌어올린 요인이다. 임윤아는 천사와 악마 이미지를 자유롭게 오가며 코미디와 서스펜스를 동시에 소화했고, 주연 안보현은 순박하고 따뜻한 길구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매력을 보여줬다. 실제로 안보현은 이 작품으로 제46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받으며 연기적 성취도 인정받았다.
영화의 메시지도 OTT 세대와 맞아떨어진다. 만화 같은 설정과 코믹한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속에는 팍팍한 현실 속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청춘의 다정한 감정이 자리한다. 감독의 창작 원안이 반영된 만큼 최근 유행하는 웹툰·웹소설 기반 영화와는 결이 다르며, “의외로 힐링된다”, “웃기는데 여운이 남는다”는 반응이 이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객 반응은 OTT에서 더욱 뚜렷하다. 시청자들은 “설정보다 정서가 더 따뜻하다”, “마지막에 울컥했다”, “윤아 연기 팔색조”, “보는 내내 기분 좋아지는 영화”, “코미디로 시작해 감동으로 끝난다” 등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네이버 관람객 평점 역시 6.74점으로 무난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현재 ‘악마가 이사왔다’는 넷플릭스뿐 아니라 IPTV(KT 지니 TV, SK Btv, LG U+ TV), 디지털케이블TV(홈초이스), 쿠팡플레이, 웨이브, 구글플레이, Apple TV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도 시청 가능하다. 쿠키영상은 없으며 상영 시간은 112분, 등급은 12세 이상 관람가다.
극장에선 빛을 보지 못했던 영화가 OTT 시장에서 확실한 뒤늦은 반등을 일궈낸 셈이다. 극장 경쟁에서는 밀렸지만, 플랫폼 경쟁에서는 승자로 떠오른 ‘악마가 이사왔다’. 관객 50만 명의 벽을 넘지 못한 작품이 넷플릭스에서는 단숨에 1위를 탈환한 이번 반전은 OTT 시장이 한국 영화의 새로운 판도를 만들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순위 (27일 오전 11시 30분 기준)
1위 '악마가 이사왔다'
2위 '커미션'
3위 '천국은 없다'
4위 '프랑켄슈타인'
5위 '샴페인 프라블럼'
6위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7위 '케이팝 데몬 헌터스'
8위 '기차의 꿈'
9위 '조작된 도시'
10위 '굿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