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밭 배추로 담갔소” 함평군 엄다면 100가구의 겨울, ‘이웃의 밭’에서 영글다

2025-11-2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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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밭 배추로 담갔소” 함평군 엄다면 100가구의 겨울, ‘이웃의 밭’에서 영글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들던 지난 26일 새벽, 함평군 엄다면 새마을 다목적관은 이른 새벽부터 피어오르는 훈훈한 온기와 고소한 양념 냄새로 가득 찼다. 이곳에서는 단순한 김치가 아닌, 이웃이 이웃의 겨울을 책임지는 끈끈한 ‘정(情)’이 버무려지고 있었다.

◆‘나눔의 밭’에서 자란 김장 재료

엄다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새마을부녀회가 두 팔을 걷어붙인 이번 김장 나눔은, 그 시작부터 특별했다. 김장에 쓰인 배추와 무, 고춧가루 등은, 시장에서 사 온 것이 아니었다. 엄다면 주민들이 지난 1년간 땀 흘려 직접 키운 농산물을, “우리 동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기꺼이 내놓은 ‘나눔의 결정체’였다. 이웃의 밭에서 자란 재료들이, 또 다른 이웃의 겨울 밥상을 채우는 가장 아름다운 선순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김치통에 담긴 것은, 단순한 반찬이 아니다

이날 40여 명의 봉사자들은, 100가구의 텅 빈 김치통에 단순한 반찬이 아닌, ‘함께 살아간다’는 위로와 희망을 담았다. 이들에게 김장 나눔은, 겨울철 식료품비 부담을 덜어주는 것을 넘어, 홀로 추운 겨울을 나야 하는 이웃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가장 따뜻한 소통의 방식이었다.

◆배달은 ‘핑계’, 진짜 목적은 ‘안부 확인’

이들의 나눔은 김치를 담그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봉사자들은 김치통을 직접 들고 100여 가구의 문을 일일이 두드렸다. 김치 배달은 어쩌면 핑계였을지도 모른다. 이들의 진짜 목적은, 겨우내 잘 지내고 계신지, 혹시 어려운 일은 없는지 얼굴을 마주하고 살피는 ‘안부 확인’에 있었다. 행정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를, 이웃의 발걸음이 촘촘하게 메우는 순간이었다.

◆가장 든든한 복지는, ‘이웃의 온기’

서정수 위원장은 “작은 나눔이지만, 이 김치 한 포기가 추운 겨울을 나는 데 큰 힘이 되기를 바란다”며 겸손해했다. 하지만 이들이 나눈 것은 결코 작지 않았다.

정동안 엄다면장은, “서로를 돌보는 촘촘한 복지 공동체”의 모습을 온몸으로 증명해 보인 것이다. 엄다면의 겨울은, 그 어떤 난방 기구보다 더 따뜻한 ‘이웃의 온기’로 이미 후끈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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