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AI 시대 교육에 ‘죽비’를 내리치다~“코딩 아닌 ‘인간다움’을 가르쳐라”
2025-11-27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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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AI 시대 교육에 ‘죽비’를 내리치다~“코딩 아닌 ‘인간다움’을 가르쳐라”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특이점이 코앞에 닥친 시대. 한 노(老) 철학자가, ‘미래 교육의 답은 코딩이 아닌, 타인과 함께 울 수 있는 마음’에 있다는 역설적인 화두를 던졌다. 지난 26일, ‘광야의 철학자’ 도올 김용옥 선생은 전남교육청의 초청으로 500여 명의 교육 가족 앞에 서서, 기술이 아닌 ‘인간다움’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유일한 유산이라고 역설했다.
◆AI는 ‘몸’이 없다…대체 불가능한 인간의 영역
도올은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결코 인간을 대체할 수 없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단언했다. 바로 ‘몸’의 유무다. 그는 “AI가 다루는 지식은 숫자화된 정보의 체계일 뿐, 몸을 통해 느끼는 감수성과 품격, 그리고 ‘왜?’라고 묻는 근원적인 사유의 힘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식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진리를 향한 마음,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마음,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마음은 오직 인간만이 가질 수 있으며, 교육의 본질은 바로 이 ‘인간다움의 힘’을 길러주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인간다움’의 교과서…수학과 체육
그렇다면 이 ‘인간다움’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놀랍게도 도올이 제시한 핵심 교과목은 코딩이나 첨단 기술이 아닌, ‘수학’과 ‘체육’이었다. 그는 수학을 단순히 문제풀이 기술이 아닌, “인간의 사고를 바로 세우는 원리의 학문”이라고 재정의했다. 아이들이 수학을 어려워하는 것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교육이 원리의 깊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날카로운 지적이다. 또한, 체육은 인간의 몸을 기르는 ‘전인교육의 중심’으로서, 그 어떤 시대에도 대체될 수 없는 필수 교육임을 강조했다.
◆‘주입식 교육’의 재해석…“어떻게 주입하느냐가 문제”
도올은 ‘주입식 교육’이라는 단어에 덧씌워진 부정적인 프레임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교육은 본질적으로 ‘주입’일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주입하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교사는 인류가 쌓아온 소중한 가치와 공동체 윤리를, 가장 효율적이고 근사한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주입’할 책임이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교육 본연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미래 교육의 나침반, ‘인(仁)’ 그리고 ‘전라도 정신’
강연의 마지막, 도올은 미래 교육이 나아가야 할 궁극적인 방향으로 동양사상의 핵심인 ‘인(仁)’을 제시했다.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않는 것”에서 출발하는 ‘인’이야말로,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다움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서로를 이롭게 하는 공동체 윤리를 강조한 홍익인간의 정신은, 끈끈한 공동체 의식이라는 강력한 뿌리를 가진 전라도 교육에 큰 희망을 준다”며, 지역 교육 공동체에 대한 깊은 신뢰와 기대를 전했다.
AI의 거대한 파도 앞에서, 오히려 인간의 가장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라고 외친 노 철학자의 ‘죽비’는, 기술의 화려함에 취해 교육의 본질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 깊고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