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국비는 ‘반납’, 청년은 ‘상경’~전남, ‘기다리는 행정’에 날아든 송곳 질타
2025-11-2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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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국비는 ‘반납’, 청년은 ‘상경’~전남, ‘기다리는 행정’에 날아든 송곳 질타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청년들이 떠나는 이유는 단 하나, 돈 되는 일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전라남도는 중앙정부가 쥐여준 ‘일자리 마중물’마저 걷어차고 있습니다.” 26일, 전라남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은 박성재 전남도의원의 송곳 같은 질타로 얼어붙었다. 수천억 원의 국비를 받아놓고도 쓰지 못해 반납하는 악순환을 지적하며, ‘기다리는 행정’에서 벗어나 기업의 문을 두드리는 ‘찾아가는 세일즈 행정’으로 전환하라고 강력히 촉구한 것이다.
◆‘낮은 실업률’의 착시…“일할 사람이 없는 것”
박 의원은 먼저, 농어촌의 낮은 실업률이 결코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라는 ‘불편한 진실’을 꺼내 들었다. 그는 “농어촌 실업률이 낮은 것은 일자리가 많아서가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 일할 수 있는 청년들이 이미 모두 도시로 떠나버렸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통계 뒤에 숨겨진 농어촌의 인구 소멸 위기를 정면으로 직시해야 한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잠자는 국비, 사라지는 기회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전남도가 국비를 제대로 집행하지 못해 반납하는 사례가 반복되는 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도민의 입장에서는 피가 마르는 일”이라며, “사업을 따오기 전에, 누가 이 사업을 할 것인지, 정말 수요가 있는지부터 치밀하게 조사하고 준비해야 혈세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질타했다.
◆‘농사’만으로는 부족하다…‘농사 외 먹거리’를 찾아라
그는 농가 소득을 높이는 전통적인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농촌을 지킬 수 없다고 단언했다. 박 의원은 “이제는 농사 외 소득을 만들 수 있는 ‘기업 유치’ 전략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며, “전남에 투자하면 어떤 이익이 있는지, 어떤 연관 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지 우리가 먼저 ‘투자 제안서’를 만들어 기업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남에 AI 기업 유치 못 할 이유 없다”
이에 서은수 일자리투자유치국장은 코스트코 유치 등의 성과를 설명하며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해남과 같은 농어촌 지역에 AI 같은 첨단 전략 기업을 유치해, 지역 균형발전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 달라”고 구체적인 목표까지 제시했다.
그의 마지막 당부는, 단순히 예산을 아껴 쓰라는 수준을 넘어, 전라남도 일자리투자유치국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바꿔달라는 강력한 ‘주문’이었다. ‘기다리는 행정’의 낡은 관성을 깨고, 전남 전체의 ‘일자리 지도’를 새로 그릴 수 있을지, 이제 공은 집행부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