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동네 승강기 점검비는 5만 원, 우리 아파트는 14만 원?~‘깜깜이 관리비’의 진실
2025-11-27 15:59
add remove print link
옆 동네 승강기 점검비는 5만 원, 우리 아파트는 14만 원?~‘깜깜이 관리비’의 진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우리 아파트 재활용품 판매 수입은 왜 이렇게 적을까? 옆 단지와 똑같은 소독을 하는데, 왜 우리만 2배 비싼 돈을 낼까? 매달 꼬박꼬박 내지만, 정작 어떻게 쓰이는지는 알 수 없었던 ‘깜깜이 아파트 관리비’의 민낯이 드러났다.
26일,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전아연) 광주시회가 공개한 자료는, 똑같은 용역에도 단지별로 많게는 8배까지 차이가 나는 ‘고무줄 관리비’의 충격적인 실태를 고발했다.
◆최대 8배 차이…‘호갱’ 된 우리 아파트
전아연 광주시회가 광주 지역 520개 아파트 단지의 관리비 내역을 분석한 결과는 놀라웠다. 세대당 재활용품 판매 수입은 최저 129원에서 최고 1,000원으로 8배 가까이 차이가 났고, 승강기 점검비는 대당 5만 5천 원인 곳이 있는가 하면, 14만 3천 원을 내는 곳도 있었다. 전기안전 점검비는 무려 8배(8만 4천 원66만 원), 소독비는 2배(㎡당 19원43원) 이상 차이가 나는 등, 대부분의 용역 계약이 ‘부르는 게 값’인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계약 5건만 잘못해도, 매달 1만 원씩 더 낸다”
한재용 시회장은 “한 단지에서 1년에 30여 건의 계약을 맺는데, 그중 5~6건만 잘못 계약해도, 각 세대는 매달 6천 원에서 1만 원 이상의 관리비를 더 내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입주민들의 무관심과 정보 부족이, 일부 관리업체와 용역업체의 ‘배만 불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각양각색’ 고지서부터 통일해야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매달 받아보는 관리비 고지서마저 아파트마다 제각각이어서, 어떤 항목에 얼마가 쓰였는지 비교조차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회장은 “가장 기본적인 관리비 부과 내역서부터 표준화해, 입주민들이 쉽게 알아보고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법은 ‘정보 공유’…광주는 이미 ‘전국 최저’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전아연은 그 답을 ‘투명한 정보 공유’에서 찾았다. 실제로 전아연 광주시회는 지난 30여 년간 꾸준히 용역비 정보를 분석하고 공유해 온 결과, 광주 지역의 평균 관리비가 전국 평균보다 34% 이상 저렴한 ‘전국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입주민 대표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정보를 공유하면, ‘새는 돈’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확실한 증거다.
◆‘에너지 절약’으로 관리비 더 줄인다
이날 공유회에서는, 단순히 용역비를 아끼는 것을 넘어, AI 기술을 활용한 지하주차장 LED 교체나 옥상 태양광 설치 등, 초기 투자비 없이 에너지를 절약해 관리비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들도 소개됐다.
결국, ‘깜깜이 관리비’를 ‘투명한 관리비’로 바꾸는 열쇠는, 행정의 감시나 법적인 규제 이전에, “우리 아파트의 살림살이에 대한 입주민들의 관심과 참여”에 달려있다는 너무나 당연한 진실을, 이날 공유회는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