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꽂고 눈 감으면 끝이라더니…코레일이 손보자 한 달 만에 달라졌다
2025-11-2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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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운임 강화 효과…승차권 없이 탄 사례 30% 감소
부가운임을 두 배로 올리자 열차 부정승차가 눈에 띄게 줄었다.

승차권 없이 KTX에 올라 “걸리면 당황한 척하면 된다”는 식의 꼼수가 한때 온라인에서 버젓이 돌았다. 대구까지만 끊고 더 가거나 이어폰 꽂고 자는 척하다가 적발되면 “표를 잘못 받았다” “내일 표인 줄 알았다” 같은 변명으로 넘어가려는 사례가 반복됐다.
“자는 척하면 본전”이라는 말까지 나올 만큼 헐거웠던 현장을 겨냥해 코레일이 부가운임 기준을 강화했고 그 결과 부정승차가 실제로 줄어드는 효과가 확인됐다.

27일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10월 1일부터 승차권 없이 열차를 타거나 구간을 무단으로 연장해 타는 경우 부과하는 부가운임 기준을 원운임의 0.5배에서 1배로 상향한 뒤 부정승차 적발 건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부가운임 2배 상향 한 달 만에 적발 건수 감소
부가운임 강화 이후인 지난달 하루 평균 승차권 미소지 부정승차 적발 건수는 679건으로 집계됐다. 제도 강화 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 하루 평균 961건과 비교하면 약 70.6% 수준으로 줄어든 수치다. 표를 사지 않고 탑승한 뒤 적발되는 사례 자체가 한 달 사이 확연히 줄었다는 의미다.
승차권을 가진 상태에서 원래 표에 찍힌 구간보다 더 멀리 가는 구간 연장 부정승차도 감소 폭이 컸다. 코레일이 10월부터 이 행위도 부가운임 징수 대상에 포함한 결과 구간 연장 적발은 전년 동기 687건에서 307건으로 줄었다. 비율로 보면 44.7%로 떨어진 셈이다. 코레일은 실수요자의 이용 편의를 위해 마련한 이번 조치가 부정승차를 막고 혼잡도를 낮추는 데 실질적인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 줄어든 부정승차, 할인 재원과 좌석 운영 개선으로
코레일은 부가운임으로 걷힌 징수액을 임산부 할인과 다자녀 할인 같은 공공 할인 제도 운영에 쓰고 있다. 지역사랑 철도여행 등 공익 목적의 할인도 이 재원을 기반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할인 지원 확대와 고객 편의시설 개선에 더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요금을 올려 단속만 강화하는 방식에서 그치지 않고 정당하게 표를 산 이용자들에게 혜택과 편의로 되돌리겠다는 방향이다.
부정승차 예방과 함께 좌석 부족 문제를 줄이기 위한 조치도 병행하고 있다. 열차별로 입석을 운영하고 구간별로 남는 좌석과 입석을 묶어 판매하는 병합승차권을 확대해 자투리 좌석 활용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일부 구간만 비어 있는 좌석을 최대한 돌려 쓰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이용객 분산을 유도하는 할인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좌석 여유가 많은 열차의 운임을 최대 30% 낮추는 인터넷 특가가 대표적이다. 출발 이틀 전 코레일톡 알림을 통해 비교적 한산한 열차로 변경하면 최대 40%까지 할인해 주는 타임 체인지 서비스도 이어가고 있다. 표를 구하기 어려운 시간대 이용객을 자연스럽게 덜 붐비는 열차로 옮겨 좌석 수급을 균형 있게 만들려는 장치다.
이민성 코레일 고객마케팅단장은 부가운임 제도를 촘촘히 정비하고 좌석 운영 효율을 더 끌어올려 정당한 승차권을 가진 고객이 더 편리하게 철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SRT 운영사 에스알도 같은 기준으로 10월 1일부터 승차권 미소지 탑승과 구간 초과 이용 등에 부가운임을 0.5배에서 1배로 올려 적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