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만 옮기나’~국립대병원, ‘묻지마 이관’에 반기

2025-11-3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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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만 옮기나’~국립대병원, ‘묻지마 이관’에 반기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정부의 지역 국립대병원 소관 부처 이전 작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정작 정책의 핵심 당사자인 9개 국립대병원들이 “청사진 없는 졸속 추진”이라며 강력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국정과제로 확정된 지 불과 74일 만에 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자, 의료 현장의 혼란을 외면한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청사진 없는 ‘간판 교체’

국립대병원들은 이번 개정안이 소속을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옮기는 ‘간판 교체’ 수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정작 부처 이전 이후 국립대병원이 지역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맡고, 기존의 교육·연구 기능은 어떻게 보장받을지에 대한 핵심 알맹이가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 없이 소속만 바꾸고 보자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우려로 이어진다.

#80%의 반대, 설득 불가능한 명분

병원들은 복지부의 정책적 준비 미비도 문제 삼았다. 복지부는 국립대병원의 역량을 소위 ‘빅5’ 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며 종합계획과 로드맵을 약속했지만, 부처 간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병원 측은 “현재 의료진의 80%가 이관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비전 제시도 없이 어떻게 이들을 설득하고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겠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무너진 진료 현장, “수술보다 수혈이 먼저”

무엇보다 현재 병원 상황이 대대적인 ‘수술’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최근 의료대란을 거치며 전공의 등 핵심 인력이 대거 이탈했고, 누적된 적자로 재정은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병원들은 “지역 필수의료가 붕괴 직전인 상황에서 시급한 것은 소속 변경이 아니라, 떠나간 의료 인력을 되찾고 무너진 진료 시스템을 복구하는 ‘긴급 수혈’”이라고 입을 모았다.

#“파트너로서 숙의의 시간을”

국립대학병원협회 소속 조강희 충남대병원장은 “의료진은 국정과제 달성을 위한 파트너이자 지역 의료의 주역”이라며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의 시간과 공간을 열어달라”고 간곡히 요청하며, 속도전이 아닌 상생의 해법을 찾아야 할 때임을 분명히 했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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