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가없다' 아니었다…제작자들이 뽑은 '올해의 한국 영화' 1위는 이것
2025-12-0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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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의 감동, 세계를 흔들다
스크린을 뒤흔든 연기의 힘
지난 1일 제12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총 17개 부문 수상작과 수상자를 발표했다. 올해 작품상 수상작에는 윤가은 감독의 '세계의 주인'(구정아, 김세훈 제작자)을 선정됐다.

'세계의 주인'은 열여덟 여고생 주인(서수빈)이 전교생이 참여한 성폭행범 출소 반대 서명운동에 홀로 불참한 뒤 의문의 쪽지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우리들'과 '우리집'으로 한국 영화계 고레에다 히로카즈로 불리는 윤가은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인 신작인 만큼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또한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한국 영화 최초로 초청된 것을 시작으로 핑야오국제영화제(2관왕), 바르샤바국제영화제(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홍콩아시안영화제 등 국내외 주요 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되기도 했다.
주연 배우 서수빈은 신인배우상을 받았다. 서수빈은 첫 장편영화 출연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흥행 성적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달 30일 기준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세계의 주인'은 누적 관객 15만명을 돌파하며 올해 한국 독립 영화 흥행 성적 1위에 올랐다. 현재도 개봉 6주차에 꾸준히 두 자릿수 좌석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의 주인'의 역주행은 입소문에서 시작됐다. 개봉 직후 관객들 사이에서 "올해 최고의 한국 영화"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동료 영화인들의 자발적인 응원도 이어졌다. 특히 봉준호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에 윤가은 감독과 함께 참여해 "그냥 걸작", "직업적 질투심도 느꼈다"며 그를 향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감독상은 곽경택 감독이 차지했다. 그는 2001년 홍제동 화재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방관'으로 소방관들의 사명감과 희생을 잘 담아냈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남우주연상은 '승부'와 '어쩔수가없다'의 이병헌에게 돌아갔다. 이병헌은 '승부'에서 바둑 기사 조훈현 역을, '어쩔수가없다'에서는 해고당한 가장 유만수 역을 맡았다. 두 작품에서 전혀 다른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는 평가다.
여우주연상은 '파과'의 이혜영이 수상했다. 이혜영은 노인 여성 킬러 '조각'으로 분해 노련함과 쇠락을 동시에 담아냈다. 실존의 위기를 느끼는 인물을 깊고 섬세한 연기로 표현했다는 심사평이다.

남우조연상은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과 '얼굴'의 권해효에게 주어졌다. 권해효는 '보고타'에서 권력자로, '얼굴'에서는 시각장애를 가진 사회적 약자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여우조연상은 '히든페이스'의 박지현이 받았다. 박지현은 인간의 뒤틀린 욕망을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는 평이다.
각본상은 인간의 삶과 존엄을 따뜻하게 그려낸 '사람과 고기'의 임나무 작가가 차지했다.
신인감독상은 '3학년 2학기'의 이란희 감독과 '여름이 지나가면'의 장병기 감독이 공동 수상했다. 이란희 감독은 특성화고 졸업반 청년들의 삶을 리얼하게 포착했고, 장병기 감독은 조용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성장영화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올해 특별상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한 달 전인 1980년 사북항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1980 사북'에 돌아갔다. 이 작품은 국가폭력에 대한 성찰을 던지며 피해자 명예회복과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하는 반향을 일으켰다.
기술 부문에서는 '어쩔수가없다'가 촬영상과 조명상, 음향상을 받으며 3관왕을 달성했다. 미술상은 '승부', 편집상은 '소방관', 음악상은 '1980 사북', 기술상은 '하얼빈'이 각각 수상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은 협회 회원들의 투표를 통한 예심과 운영위원들의 본심을 거쳐 수상작을 선정한다. 시상식은 오는 18일 저녁 7시 서울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배우 김규리가 사회를 맡으며, 맥스무비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이번 수상 결과는 한 해 동안 한국 영화계를 빛낸 작품들을 제작자들이 직접 선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독립 영화인 '세계의 주인'이 작품상을 받은 점은 예술성과 작품성을 중시하는 협회의 방향성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