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탄이 빗발치던 그날의 금남로를 보았다”~5·18기록관, 집단발포의 순간 입체 재현

2025-12-0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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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10주년 특별전…미공개 영상·시민 기록물 교차 전시로 ‘진실’에 한 발 더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1980년 5월 21일 오후 1시, 애국가가 울려 퍼진 직후 총성이 울려 퍼지며 피로 물들었던 광주 금남로.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순간으로 기록된 그날, 그곳의 시간이 45년 만에 되살아난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그날의 참상을 입체적으로 재현하는 특별전 ‘1980년 5월 21일, 금남로를 보았다’를 3일 개막한다.

#전남도청·분수대·시계탑…그날의 공간 속으로

이번 특별전은 단순한 기록물 나열을 넘어, 관람객들이 마치 1980년 5월 21일의 금남로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시장에는 당시의 전남도청과 분수대, 시계탑은 물론, 전일빌딩, 가톨릭센터 등 금남로의 주요 건물들이 당시 모습 그대로 재현된다. 관람객들은 이 공간을 거닐며, 계엄군의 경고문과 시민들의 궐기문, 당시 기자들의 피 묻은 취재수첩 등을 통해 집단발포 직전의 숨 막히는 긴장감을 고스란히 체감하게 된다.

#계엄군 시선 vs 시민 시선, 두 개의 영상이 교차하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영상 기록물들의 ‘교차 상영’이다.

2018년 발굴된 영상이 계엄군과 경찰의 뒤편에서 시민들을 바라보는 ‘가해자의 시선’을 담고 있다면, 올해 새롭게 수집된 영상은 시민이 직접 촬영한 것으로, 당시 상황을 바라보는 ‘피해자의 시선’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시선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서늘한 진실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집단발포의 부당함과 참혹함을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기록은 살아있다…미래를 향한 ‘기억의 투쟁’

전시의 마지막 장은, ‘왜 우리는 기록하고 기억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새롭게 발굴된 시민들의 일기와 메모, 사진 등은,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 속에 묻힐 뻔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고통과 저항을 되살려낸다.

김호균 5·18기록관장은 “기록은 단순히 과거를 증거하는 것을 넘어, 기억을 통해 과거를 재현하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힘을 가졌다”며, “이번 전시가 5·18의 진실 규명을 넘어, 광주라는 공동체의 정체성과 우리가 함께 지켜나가야 할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새기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전은 내년 3월 1일까지 계속되며, 4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오월의 진실’을 향한 우리 모두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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