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때문에 다같이 굶어죽을 판... 진지하게 은퇴 고민 중”
2025-12-0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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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팀부터 메이크업까지... 광고·영상 제작업계 덮친 AI

'AI 때문에 영상업계도 풍비박산'이라는 제목의 글이 DVD프라임에 최근 올라왔다. 31년째 광고 일을 하고 있다는 작성자는 CF 및 영상 프로덕션을 10년째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작성자는 지난주 촬영감독들과 골프를 치면서 AI 문제로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며, 당시 한 촬영감독이 보여준 AI 제작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한 유기농 올리브오일 업체의 광고 영상이었다.
그는 해당 영상에 대해 "옛날 같으면 그리스 현지 로케이션 촬영으로 최소 2억~3억 원은 들었어야 할 영상"이라며 "그런데 AI로 만들면 2000만~3000만 원에 해결된다. 사실상 실비는 수백만원 수준이고 나머지는 노하우와 인력에 대한 비용으로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고주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다. 비용이 10분의 1 수준으로 절약되니까"라며 "문제는 영상 제작 관련 업체들은 다 망하게 됐다는 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실제 제작을 안 하니 PD와 감독의 일이 없어진다. 저희 같은 회사에 일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저희만 일이 줄어드는 걸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렇지가 않다"고 말했다.
작성자에 따르면 촬영팀, 조명팀, 아트팀, 헤어·메이크업·스타일링팀, 세트장 등 관련 일을 하는 모든 분야가 타격을 받고 있다. 그는 "당연히 모델들도 일이 없어지고 모델 에이전시도 굶는다"며 "프로덕션 과정 이후 후반 작업을 하는 포스트 프로덕션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AI가 영상을 다 만드니 편집실이 굶고, 2D·3D CGI 업체들이 굶는다"며 "녹음실도 굶고 성우도 일이 줄고 BGM을 만들던 음악감독들도 일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콘티를 그리는 콘티맨들의 경우 일이 100에서 1로 줄었다고 한다. 그는 "아무도 안 그린다. AI 돌리면 바로 이미지가 나오니까"라며 "수정도 수십 번 해주고, 새벽이든 한밤이든 언제든 척척 해준다"고 말했다.
작성자는 20여년 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제작 방식이 바뀔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때는 제작비가 줄었지만 관련 업체들이 일은 다 계속했다"며 "그리고 제작비가 준 대신 제작 건수는 오히려 늘었다. 그래서 이래저래 따지면 프로덕션과 포스트 프로덕션들에게는 크게 타격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AI가 모든 업체의 일감을 다 빨아들인다"라며 "10개 업체가 조금씩 고통을 받는 것이 아니라 10개 업체 모두 일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빅모델을 데리고 찍는 메이저 CF들은 그나마 제작되지만 제작업계 전체에서 그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며 "심지어 빅모델 광고조차도 AI로 만들기까지 한다. 그러면 적어도 촬영비와 스태프비, 모델 거마비 등이 빠지니까"라고 말했다.
AI 영상 전문을 내세우는 프로덕션과 광고대행사도 등장했지만, 이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1억 원 받던 제작비를 2000만~3000만 원에 하게 되니까 스스로 제 발등 찍는 것"이라며 "아는 후배 감독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도 이쪽으로 갔는데 같이 술 마시면서 스스로 제 발등 찍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라도 해야 그나마 일이라도 하니까"라고 전했다.
작성자는 "올해 저희 회사는 예년 매출인 23억~24억 원을 달성했다. 상반기에 그나마 많이 했던 덕"이라며 "하반기 들어서는 AI 제작이 심해지면서 일이 확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예년 매출을 해냈는데도 적자"라며 "AI 때문에 광고주들이 실제작 건들의 제작비도 줄였다. 왜 그렇게 돈을 많이 써야 하는지 생각을 하니까"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을 해도 예전처럼 남길 수가 없다. 열심히 일을 해도 적자가 난다"며 "과연 이런 일을 계속해나갈 수 있을까. 진지하게 내년에 은퇴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나마 저는 애들이 다 커서 가지고 있는 돈으로 삼시세끼 먹으며 소소하게 살면 된다"며 "그런데 아이들도 어려 한참 더 일해야 할 후배들, 직원들 보고 있으면 캄캄하다. 답이 안 보이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작성자는 "0과 1(디지털)로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모든 업종이 다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문서(지적 서비스), 그림, 영상, 음악, 미술 등 몸으로 뭔가를 해내는 쪽이 오히려 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흔히 말하는 배관공이나 도배·타일공 같은 분들이 그렇다"며 "화이트칼라의 몰락이 가속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