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낳는 건 미처~” 전남도, 청년창업 지원 ‘반쪽짜리’ 뭇매
2025-12-0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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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석 전남도의원, “창업 권장하면서 육아휴직은 직장인 전용~사각지대 시급히 메워야”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청년들에게 창업하라고 수백억을 쏟아부으면서, 정작 그 청년이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문제는 왜 외면합니까?”
청년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창업’을 돌파구로 삼은 전라남도의 청년 정책이, 정작 창업한 청년들의 ‘출산과 육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통렬한 비판이 제기됐다. 직장인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출산·육아 지원 제도의 사각지대를 시급히 메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82억 창업 지원…출산·육아 지원은 ‘0원’
전남도의회 임형석 의원(더불어민주당·광양1)은 지난 3일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전남도의 청년 정책에 뚫린 커다란 ‘구멍’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임 의원에 따르면, 전남도가 올해 청년정책에 쏟아부은 예산은 약 860억 원. 이 중 일자리 분야 예산 350억 원 가운데 창업 관련 예산만 82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임 의원은 “이렇게 다양한 청년창업 정책을 추진하면서, 정작 창업한 청년들을 위한 출산이나 육아 관련 지원 정책은 단 하나도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육아휴직을 포함한 모든 제도가 철저히 직장인 위주로만 설계돼 있다”고 꼬집었다.
임 의원은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다. “만약 도의 지원을 받아 혼자 미용실을 창업한 청년이 출산을 하게 되면, 당장 가게 문을 닫아야 할 판인데, 이를 지원할 정책이 전무하지 않으냐”며, “창업을 권장하면서, 정작 이들의 출산과 양육은 외면하는 것은 오히려 정책의 후퇴”라고 비판했다.
#전남도 “출산까진 미처 생각 못 했다”
이러한 송곳 지적에, 윤진호 전남도 행정부지사 직무대리는 “출산이나 이런 부분들까지는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임형석 의원은 “청년이 지역에 정착하도록 창업을 지원한다면, 당연히 그들이 가정을 꾸리고 인구를 늘릴 수 있도록 1인 사업자나 창업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마땅하다”며, “그런데도 여성가족정책관실이나 중소벤처기업과 모두 ‘해당 사항 없음’으로 자료를 제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남도의 지원으로 청년 자영업자가 늘어난 만큼, 이제는 이들의 삶을 채워줄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내년에는 반드시 관련 사업을 발굴해 예산에 반영해달라”고 강력하게 주문했다.
윤진호 직무대리는 “정책 제안에 감사드리며 관심 있게 보겠다”며, “미처 생각하지 못한 영역의 사업들이어서, 이 틈을 어떻게 연결할지 깊이 고민하겠다”고 답변했다.
청년들의 ‘일’만큼이나,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전라남도의 세심한 정책 설계가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