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찾아가는 버스’, 누구는 40번 오고 누구는 ‘그림의 떡’~고무줄 행정 ‘도마’
2025-12-0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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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석 전남도의원, 시군별 편차·중복 방문 질타…“컨트롤타워 없이 주먹구구식 운영”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교통이 불편한 오지 마을 주민들을 위해 전라남도가 야심 차게 도입한 ‘찾아가는 사회서비스’ 버스가, 정작 필요한 곳은 외면한 채 일부 지역만 맴도는 ‘고무줄 행정’으로 도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심지어 정신건강 상담을 위한 ‘마음안심버스’가 재난 현장이 아닌 일반 기업체를 찾아가는 등, 사업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주먹구구식 운영 실태가 도의회에서 드러나며 전면적인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3일, 전남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임형석 의원(광양1)은 전남도의 ‘찾아가는 버스 3종 세트’(행복·건강·마음안심)의 부실한 운영 실태를 조목조목 파헤쳤다.
임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행복버스’는 특정 군을 40회 이상 찾아간 반면, 어떤 군은 방문 횟수가 10회도 채 되지 않았다. 심지어 ‘마음안심버스’는 지난 2년간 단 한 번도 찾아가지 않은 군도 있었다. 똑같은 세금을 내는 도민임에도, 사는 지역에 따라 서비스 제공에 극심한 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임 의원은 “지역 선정 기준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어떻게 시군별로 이렇게까지 큰 차이가 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으며, “이는 명백한 형평성 문제”라고 질타했다.
특히, 도농복합도시의 ‘농촌 소외’ 문제도 심각했다. 인구감소지역을 우선으로 하던 ‘건강버스’가 올해부터 시 지역까지 운행을 확대했지만, 정작 순천이나 광양 같은 도농복합도시의 면 단위 농촌 지역은 여전히 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임 의원은 “도농복합시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더욱 황당한 사례는 ‘마음안심버스’의 운행 기록이었다. 재난 피해자나 정신건강 취약계층을 찾아가야 할 버스가, 엉뚱하게도 도로공사나 농어촌공사 같은 일반 기업체를 방문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임 의원은 “그곳에 무슨 재난이 있었느냐”고 반문하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부적절한 운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의원은 이러한 총체적 난맥상의 근본 원인으로 ‘컨트롤타워 부재’를 지목했다. 각 버스를 담당하는 부서 간 협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현장 상황을 모르는 채 시군의 추천에만 의존하다 보니, 방문 마을이 겹치거나 정작 도움이 필요한 곳은 빠지는 비효율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각 버스를 따로 놀게 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컨트롤타워 아래 통합적으로 운영해 사업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며, “한 마을을 찾아갈 때 주변 마을 주민들까지 함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입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력한 시스템 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광선 보건복지국장은 “지역적 편차와 부적절한 운영에 대해 인정하며, 앞으로 적정하게 배분될 수 있도록 협업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도민 감동 행정’을 내세운 찾아가는 서비스가, 정작 도민들에게 소외감과 불신만 안겨주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에 전남도가 어떤 실질적인 개선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