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인요한 사퇴에 민주당 박선원 “속 깊은 결정…미문화원 농성 때 고마웠던 분”

2025-12-10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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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투쟁이 민주주의 위한 것임을 미국에 설명해 준 분”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직 사퇴 입장 표명 기자회견을 마치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 뉴스1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직 사퇴 입장 표명 기자회견을 마치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 뉴스1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의 의원직 전격 사퇴에 대해 대학 동문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속 깊은 결정이었다"며 높이 평가했다.

한국 정치계에서 보기 드문 외국계 혈통의 귀화 정치인인 인 의원은 10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희생 없이는 변화가 없다. 저 자신부터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본업에 복귀해 국민 통합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사퇴를 선언했다.

인 의원은 작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8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임기 시작 1년 6개월 만에 의원직을 내려놓은 것이다.

이 소식에 인 의원과 연세대 82학번 동기인 박선원 의원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인요한이 본업(의사)으로 돌아간다고 했다"며 이같이 말한 뒤 40년 전 인 의원의 도움을 받았던 일을 떠올렸다.

박 의원은 "1985년 5월 연세대·서울대·고려대·성균관대·서강대 등 76명의 학생이 '광주민주화운동을 세계에 알리고 미국은 더 이상 한국의 민주주의에 장애가 되지 말아달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 서울 미문화원에 평화적으로 들어가 4일 가까이 농성했다"며 80년대를 뒤흔들어 놓았던 미문화원 점거 농성을 거론했다.

박 의원은 "연세대 의대 본과 2학년이던 인요한(John Linton)이 나를 찾아와 '전두환 정권이 경찰을 동원해 진압하려 한다. 평화적으로 농성을 끝냈으면 한다'고 말하더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학생들의 투쟁이 반미가 아니며 민주주의를 위한 것임을 미국에 설명해 줬다"며 공권력 투입으로 동료 학생이 다치는 것을 염려한 인 의원이 학생, 미국 측과 가교 노릇을 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그때 갑자기 북한 적십자 회담대표단이 서울로 와 미문화원 바로 앞의 소공동 롯데호텔에 머문다고 해 학생들은 농성을 풀고 자진 해산을 결정했다"며 "그때 학생들과 미국이 충돌하지 않도록 애쓰던 인요한이 고마웠다"라며 인 의원의 인품을 칭찬했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도 후보자 시절이던 지난 6월 17일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저는 서울대 학생회장이자 대한민국 전체학생회(전학련) 대표로 점거 농성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며 "당시 인요한 의원이 통역으로 나서 '학생들에게 음식과 물을 공급해 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고마움을 나타낸 바 있다.

'대한민국 1호 특별귀화자' 출신인 인 의원은 2023년 10월 김기현 대표 재임 시절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위촉돼 윤석열 정부 당시 집권 여당의 내부 혁신을 이끌다 42일 만에 물러났다. 그러다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8번 순번을 받아 당선됐다.

의사 출신인 인 의원은 1959년 전북 전주에서 미국인 선교사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영어명은 존 린턴(John Linton)이며, 한국어명인 '인요한'의 성씨 '인'은 자신의 영어 성씨 '린턴'에서 '린'을 따와 두음법칙을 적용해 만든 것이다. 이름 '요한'은 영어 이름 '존'의 한국 성경식 표기에서 가져왔다.

부모가 모두 미국인이라서 원래는 미국 단독 국적이었지만, 한국형 구급차 개발 등 한국 사회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특별귀화했고 한국 국적과 미국 국적을 모두 가진 복수국적자가 됐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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