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실확인서·판결문도 무시한 부산 교육기관...'학폭 은폐' 의혹

2025-12-1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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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소송 결과… 재판부 “행정심판위원회 기각재결은 재량 일탈, 위법” 판결
- 목격자 사실확인서 10부·형사판결문 제출됐지만 ‘없던 일’로 처리
- 북부교육지원청 학폭심의회, 피해 진술 배제… 가해자 ‘장난·쌍방’ 주장만 반영

부산시교육청 산하기관이 1년간 지속된 중학생 학교폭력 사건을 사실상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 사진=부산북부교육지원청
부산시교육청 산하기관이 1년간 지속된 중학생 학교폭력 사건을 사실상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 사진=부산북부교육지원청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부산시교육청(당시 교육감 하윤수) 산하기관이 1년간 지속된 중학생 학교폭력 사건을 사실상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피해 학생 측이 목격자 사실확인서 10부와 상습적 폭행·성적 모욕을 인정한 형사판결문을 제출했음에도, 부산북부교육지원청과 부산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는 이를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하며 심의 과정에서 단 한 차례도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학폭심의회, 피해자 증거는 ‘무시’… 가해자 주장만 사실로 인정

지난 2023년 9월 8일 열린 부산북부교육지원청 학교폭력심의회 회의록에는 충격적 내용이 담겨 있다.학교폭력전담교사는 회의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는 서로 어울리는 학생”과 “신고가 없었는데 왜 지금 와서 신고하는지 의아하다”라고 진술했다. 가해 학생 역시 “장난으로 발생된 쌍방학폭”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피해 사실을 입증할 다수의 목격자 사실확인서는 회의에서 단 한 줄의 논의도 없이 배제됐다. 즉, 학교폭력심의회는 피해자의 증거는 보지 않고, 가해자의 말만 사실로 인정하는 구조를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 행정심판위도 판결문 무시… “형사판결 제출되지 않은 것처럼” 처리

2023년 10월 13일 부산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는 피해자 측이 제출한 형사판결문조차 검토하지 않은 채 기각 재결을 내렸다.

제출된 형사판결문에는 주먹·발·무릎·손바닥 폭행 청소도구·악기 등을 이용한 상습적 물리적 가해 가족 이름을 이용한 성적 모욕 욕설 등교 후 매시간 반복된 1년간의 지속적 학폭 등 심각한 피해 사실이 기재되어 있음에도 행정심판위는 판결문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침묵했다.

■ 행정소송 결과… 법원 “교육청 재량 일탈, 위법”

피해자 측은 행정심판 재결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2024년 8월 29일 법원은 교육청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부산북부교육지원청은 소송 과정에서도 사실확인서·판결문에 대한 무대응, “피해자 주장엔 이유 없다”는 원론적 부정, “가해자 방어권 보장” 주장만을 반복하며 실질적 반박을 회피했다.

재판부는 결국 “행정심판 재결은 재량을 일탈한 위법”이라며 취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교육청의 심의·행정 절차가 정상적 기능을 상실했다는 법적 판단이다.

■ ‘학교폭력 근절’ 외치지만… 1년간 매시간 폭행도 몰랐다는 교육청

부산시교육청은 매년 “학교폭력 근절”을 외치며 캠페인과 전담교사 배치를 강조한다. 그러나 1년 동안 등교 후 매시간 지속된 폭행을 학교도 전담교사도 교육지원청도 몰랐다는 것은 사실상 정책이 형식적 구호에 불과했다는 자백에 가깝다.

■ “조직적 은폐 의혹”… 사실확인서·판결문 무시한 3단계 구조

이번 사건의 핵심은 학교폭력 대응 구조 전체가 동일한 방식으로 피해 증거를 배제했다는 점이다.

학교폭력심의회 → 목격자 진술 무시 교육청 행정심판위 → 형사판결문 무시 행정소송에서 교육지원청 → 여전히 판결문 언급 회피 세 기관이 동일하게 ‘증거 무시’라는 판단을 공유한 셈으로, 피해자와 전문가들은 “조직적 은폐가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 “학교폭력기구, 교육청 밖으로 독립시켜야”

이번 판결로 교육청 산하 학폭기구가 사실상 가해 학교 보호 구조로 굳어져 있다는 현실이 드러났다.

피해자 측은 “교육청이 아닌 독립 기구에서 학폭심의·행정심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도 “피해자 보호보다 ‘학폭 인정 최소화’에 초점을 둔 현 구조는 개선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부산시교육청과 북부교육지원청은 존재하는 증거를 없는 것처럼 무시했고, 법원으로부터 위법 판정을 받았으며, 피해자를 보호하기보다 학폭 사실 자체를 축소·부정하려 한 정황을 노출했다.

“학교폭력 근절”이라는 구호와 달리, 부산 교육행정기관은 이번 사건에서 가해 학생보다 피해 학생을 먼저 부정하는 시스템임이 드러났다..

취재기자와의 통화에서 학부모는 “객관적인 사실확인서가 외면되고 판결문까지 없던 것으로 취급된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행정소송에서 승소하기까지 1년 8개월을 보내면서 아이에게 학교폭력이 확대 재생산됐다”고 말했다.

또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2차 가해가 행해졌고, 아이가 울면서 ‘정의가 사라졌다’고 할 때마다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며 “너무 힘들었고, 두 번 다시 객관적인 의무를 기관이 저버리는 폭력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home 최학봉 기자 hb7070@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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