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새벽에 회사 화장실서 죽은 내 동생도 산재 인정 못 받았다"
2025-12-1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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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과 괴리된 산재 기준, 이제 바뀐다
산업재해 판정 기준을 보다 넓게 적용해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이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과 보상 체계 전반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근로복지공단을 향해 산재 인정 절차의 경직성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새로운 질병은 그렇다 치더라도, 재정을 아끼기 위한 이유로 산재 판정이 가혹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며 산업재해 제도가 사회보험 본래 목적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무 자체가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현장에서 다치거나 사망했음에도 불승인 판정을 받는 현실을 우려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발언에서 자신의 가족 사례를 공개했다. 그는 “여동생이 일하다 새벽에 화장실에서 사망했는데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해 소송까지 갔지만 결국 패소했다”며 “막상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정말 가혹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사망 장소가 사업장 내였음에도 산재로 인정되지 않은 점, 이후 남겨진 가족의 생활이 위태로워지는 점을 강조하며 판정 기준의 변화 필요성을 직접 경험을 통해 설명한 것이다. 대통령이 사적 사례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산재 제도 개편 방향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근로복지공단이 판정 과정에서 법원의 판례나 학계 연구 결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 판결 경향과 학계 연구 결과를 보면 일반적으로 산재 인정이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사례들이 많다”며 “그렇다면 현장도 그 흐름에 맞춰 기준을 넓혀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법원은 반복적 업무, 만성적 스트레스, 장시간 노동 등이 신체·정신 질환과 연관된다고 판단하는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여전히 ‘명확한 인과관계 입증’을 내세워 승인 비율이 낮게 유지되는 경우가 있어 이 간극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 대통령은 산업재해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한 가정 전체의 삶을 흔드는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직장에서 누군가 사망하거나 크게 다치면 그 집안이 무너진다”며 “이것이 바로 사회보험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업무 중 재해를 입은 노동자와 그 가족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 책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근로복지공단의 태도 변화를 주문한 것이다. 특히 위험도가 높은 업종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재해를 고려할 때, 현실적인 기준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현장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발언 직후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즉석에서 일부 기준 조정 검토 사실을 밝혔다. 그는 “소음성 난청 관련 산재 인정 기준이 법원에서 넓게 판단되는 흐름을 반영해 내부적으로 다시 검토 중”이라며 “향후 해당 방향으로 재정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소음성 난청은 대표적인 직업성 질환으로, 오랫동안 ‘직업과의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산재 승인 비율이 낮았던 영역이다. 공단의 이번 발언은 기준 완화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의 직접적인 문제 제기는 향후 산업재해 판정 기준 전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구체적 사례를 거론하며 문제를 지적한 만큼 산재 제도 전반의 손질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특히 직업성 질환, 과로사, 감정노동 관련 정신질환 등 기존에 입증이 까다로웠던 영역에서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사회보험 본연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주문이 실제 개정 작업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