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힌 곳이... 지금 미국을 발칵 뒤집는 중인 '트럼프 과거 사진'
2025-12-1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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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 민주당, 엡스타인 저택 사진 9만5000장 확보해 일부 공개

미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12일(현지시각) 미성년자 성착취범인 제프리 엡스타인의 저택에서 확보한 사진 9만5000여 장 중 19장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스티브 배넌(트럼프 대통령 측근) 등 유력 인사들이 담겼다.
로버트 가르시아 하원 감독위 민주당 간사는 성명을 통해 "이 충격적인 사진들은 엡스타인과 세계에서 가장 힘센 남자들 몇 명과의 관계에 대해 더 많은 의문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그는 "백악관의 은폐를 끝내고 엡스타인과 그의 강력한 친구들의 생존자들에게 정의를 가져올 때"라고 강조했다. 
공개된 사진 중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6명의 여성과 나란히 선 모습이 담긴 것이 있다. 여성 5명은 하와이 레이를 목에 걸고 있다. 민주당 측은 신원 보호를 위해 얼굴은 가렸다. 다른 사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옆에 서서 금발 여성과 대화하는 모습이 담겼다.
한 사진에는 트럼프의 캐리커처가 그려진 콘돔 제품이 등장한다. 손으로 쓴 표지판에는 "트럼프 콘돔, 4달러 50센트, 마침내"라고 적혀 있다. 이 외에도 성인용품이 담긴 사진들이 포함됐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엡스타인, 엡스타인의 공범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기슬레인 맥스웰과 함께 찍힌 사진에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 수석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은 여러 사진에서 엡스타인과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 사진에서는 배넌이 엡스타인과 함께 책상에 앉아 있고, 책상 위에는 여성이 누워 있는 사진이 액자에 담겨 있다. 이 사진의 일부는 민주당이 가렸다.
빌 게이츠는 엡스타인의 개인 제트기 옆에서 엡스타인의 오랜 조종사 래리 비소스키와 서 있는 사진에 나타났다. 게이츠는 회색 스웨터를 입고 팔에 책을 끼고 가죽 서류 가방을 들고 있다. 다른 사진에는 게이츠가 성 스캔들로 왕실 직무에서 물러난 앤드루 마운트배튼 윈저(전 앤드루 왕자)와 함께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영화감독 우디 앨런은 엡스타인과 함께 찍힌 여러 사진에 등장한다. 한 사진에서는 엡스타인, 배넌과 함께 있고, 다른 사진에서는 전 재무장관이자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래리 서머스, 서머스의 아내와 함께 비행기 안에서 찍힌 모습이 보인다.
이 밖에 버진그룹 회장 리처드 브랜슨, 하버드 로스쿨 명예교수인 앨런 더쇼위츠 등의 사진도 포함됐다. 공개된 사진들에는 촬영 날짜나 장소 등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아직 보지 못했지만, 모두가 이 남자(엡스타인)를 알았다"며 "그는 팜비치 전역에 있었고, 모두와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백, 수백 명의 사람이 그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있다"고 덧붙였다.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하원 민주당이 다시 한번 선별적으로 선택한 사진과 무작위 편집을 통해 거짓 서사를 만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의 사기극은 반복적으로 반박됐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민주당이 한 것보다 엡스타인 피해자들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원 감독위 공화당 측도 성명을 내고 "민주당이 다시 한번 선별적으로 검열되고 선택된 사진 몇 장을 공개해 헤드라인을 쫓고 있다"고 비난했다. 공화당은 "우리가 받은 9만5000 장의 사진 중 민주당은 극소수만 공개했다"며 "우리가 받은 문서 중 어떤 것도 잘못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나머지 사진들을 검토 중이며 앞으로 며칠과 몇 주에 걸쳐 계속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피해자들의 신원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진 공개는 법무부가 오는 19일까지 엡스타인 관련 모든 자료를 공개해야 하는 시한을 앞두고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법'에 서명했다. 이 법은 법무부가 엡스타인 관련 모든 비밀이 아닌 기록을 30일 이내에 검색 가능하고 다운로드 가능한 형식으로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원은 지난달 18일 427대 1로 이 법안을 통과시켰고, 상원도 같은 날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이 법안에 반대했으나,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자료 공개를 요구하자 입장을 바꿔 서명했다.
다만 이 법은 피해자 개인정보나 진행 중인 연방 수사를 위태롭게 할 자료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법은 "당혹감, 명예 훼손, 정치적 민감성을 이유로 어떤 기록도 보류되거나 편집돼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엡스타인은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억만장자다. 2019년 미성년자 성 인신매매 혐의로 기소된 후 구치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엡스타인의 범죄에 연루된 유력 인사들의 명단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돼 왔으나, FBI는 지난 7월 메모에서 "범죄와 관련된 고객 명단은 없다"며 "엡스타인이 유력 인사들을 협박했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은 2000년대 초까지 맨해튼과 팜비치의 같은 사교계에서 활동하며 친분을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0년대 초 어느 시점에 엡스타인과 결별했다고 밝혔으며, 엡스타인의 범죄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범죄 혐의로도 기소된 적이 없다.
클린턴 전 대통령도 엡스타인의 개인 제트기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대변인을 통해 엡스타인의 범죄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역시 엡스타인 피해자들로부터 부적절한 행동으로 고발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