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창고에 잠자는 수백억 스마트기기"~박성재 전남도의원, 전남교육청에 '렌탈'이라는 메스를 꺼내 들다

2025-12-1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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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구매 넘어 '서비스' 관점 전환 촉구…기기 관리·수리·폐기 부담에 허덕이는 학교 현장, 해법 될까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전남 지역 모든 학생에게 스마트기기를 보급하겠다는 야심 찬 정책이,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업무 폭탄'과 '예산 낭비'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날카로운 지적이 제기됐다. 전남도의회 박성재 의원(해남2)이 수년간 이어져 온 '무조건 구매' 방식의 스마트기기 보급 관행에 제동을 걸고, '렌탈(임대)'이라는 혁신적인 대안을 전면 검토하라고 강력히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박성재 전남도의원
박성재 전남도의원

지난 10일 열린 전남교육청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박성재 의원은 스마트기기 보급 정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는 보급률 100%라는 숫자에만 매몰돼, 그 과정에서 학교와 교사들이 떠안아야 할 행정 부담과 숨겨진 비용을 외면해왔다"고 포문을 열었다.

#'구매'가 낳은 비극…학교는 '수리센터'이자 '고물상'

박 의원이 지적한 문제는 명확했다. 현재의 '전량 구매' 방식은, 학교를 거대한 '전자기기 관리소'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기기 한 대 한 대를 모두 교육청 자산으로 등록하고 관리하는 것부터, 고장 나면 수리를 맡기고, 학생이 전학 가면 다른 학교로 보내고, 5년의 내용연수가 지나면 폐기하는 모든 과정이 오롯이 학교와 교사의 몫이다. 박 의원은 "과거 학교 창고에서 미개봉 상태로 먼지만 쌓여가던 스마트기기 사례는, 현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비극"이라고 꼬집었다.

#'소유'에서 '사용'으로…렌탈이 가져올 혁신

그가 제시한 해법은 '렌탈'이다. 렌탈 방식을 도입하면, 보급부터 수리(A/S), 회수, 폐기까지 모든 과정을 전문 업체가 일괄적으로 책임지게 된다. 교육청과 학교는 '기기 구매'라는 부담에서 벗어나, 양질의 '교육 서비스 제공'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스마트기기 보급 정책의 관점을 '소유'에서 '사용'으로 전환하는 혁명적인 변화다.

#"비용이 전부가 아니다"…숨겨진 행정비용을 보라

이에 대해 교육청 측은 "5년 기준 총비용이 구매보다 비싸고, 전국적으로 아직 사례가 없다"며 난색을 보였다. 하지만 박 의원은 "눈에 보이는 기기값만이 비용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교사들이 기기 관리에 쏟는 행정력, 고장 난 기기를 수리하고 폐기하는 데 드는 숨겨진 유지관리 비용,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기술 환경의 변화 속도까지 모두 고려해 다시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 의원의 이번 문제 제기는, 단순히 예산을 아끼자는 차원을 넘어선다. 스마트 교육의 본질은 '최신 기기를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수업과 학습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박 의원은 "학교 현장의 부담을 근본적으로 줄여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스마트 교육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역설했다. 전남교육청이 '전국 최초'라는 부담을 털고, 박 의원의 제안을 받아들여 혁신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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