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복지사'가 찾아낸 3천 명의 이웃~보성군, 전국 227개 지자체 중 '최고의 복지 파수꾼' 등극

2025-12-1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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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전·단수 빅데이터 분석, AI가 위기 징후 먼저 포착…'기다리는 복지'에서 '찾아가는 복지'로 패러다임 전환 성공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한파가 몰아닥친 깊은 밤, 캄캄한 방에서 홀로 추위에 떠는 어르신. 며칠째 가스가 끊겨 찬물로 끼니를 때우는 아이들. 이제 전남 보성에서는 이런 안타까운 이웃들이 공무원이 찾아오기만을 막연히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됐다. 사람보다 먼저 위기 징후를 포착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인공지능(AI) 복지사'가 24시간 잠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성군이 ‘보건복지부 장관’표창을 수상했다
보성군이 ‘보건복지부 장관’표창을 수상했다

보성군은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2025년 사회보장정보시스템 평가'에서, 전국 227개 지자체 중 단 2곳에만 수여되는 '복지사각지대 발굴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이는 보성군이 선도적으로 도입한 'AI 기반 복지행정'이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임을 국가로부터 공인받은 쾌거다.

#'AI 초기상담', 어떻게 위기를 찾아냈나?

보성군의 성공 비결은 'AI 초기상담 2단계 시범사업'에 있다. 이 시스템은 단전, 단수, 단가스, 건강보험료 체납 등 총 39종의 위기 정보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도움이 절실하지만 스스로 요청하지 못하는 '숨은 위기 가구'를 선제적으로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 AI는 단순히 명단을 추출하는 것을 넘어, 위기 징후가 포착된 가구에 1차적으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필요한 서비스를 안내하는 '초기 상담'까지 수행한다.

#'기다리는 복지'의 종언, '찾아가는 복지'의 시작

이는 기존의 복지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신이다. 주민이 읍면사무소를 찾아와 "도와달라"고 말해야 비로소 움직였던 '기다리는 복지'에서, AI가 먼저 "어려움이 없으신가요?"라고 묻는 '찾아가는 복지'로의 대전환인 셈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보성군은 지난 1년간, 행정의 눈길이 미치지 못했던 3,000여 명의 위기 이웃을 발굴해 공적 급여와 민간 자원을 신속하게 연결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전국 단 2곳, 보성이 '표준'을 만들다

이번 평가에서 보성군과 함께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곳은 부산 연제구뿐이다. 광역시의 자치구가 아닌, '군(郡)' 단위 지자체로서 거둔 이번 성과는 더욱 값지다. 이는 보성의 AI 복지 모델이 대도시뿐만 아니라, 인력이 부족하고 관할 구역이 넓은 농어촌 지역의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표준 모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김철우 보성군수는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웃은, 가장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분들이라는 생각으로 AI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왔다"며 수상의 의미를 밝혔다. 그는 "이번 수상에 안주하지 않고, AI 초기상담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하여, 단 한 명의 군민도 소외되지 않는 촘촘하고 따뜻한 복지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술의 발전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지, 보성군의 '착한 AI'가 그 해답을 보여주고 있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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