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4000억 쏟아부어 미국에 세운 '이것'… 업계 술렁

2025-12-2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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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에서 미국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 생산 거점 확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에 생산 깃발을 꽂았다. 그동안 한국 송도를 중심으로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해 오던 삼성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직접 공장을 확보하며 새로운 도약을 선언한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2일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미국 메릴랜드주 락빌에 위치한 휴먼지놈사이언스(HGS)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인수의 주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국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아메리카다. 인수 금액은 2억 8,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136억 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계약을 통해 2026년 1분기까지 자산 인수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미국 현지 생산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바이오로직스  / 삼성바이오로직스 뉴스룸
삼성바이오로직스 / 삼성바이오로직스 뉴스룸

메릴랜드주 락빌은 미국의 대표적인 바이오 클러스터 중심지다. 이곳에 위치한 HGS 공장은 총 6만 리터 규모의 원료의약품(DS)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원료의약품이란 쉽게 말해 약의 핵심 성분이 되는 원액을 뜻한다. 이 공장은 두 개의 제조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임상 시험 단계의 약물부터 실제 판매용 상업 생산까지 다양한 규모의 항체의약품을 모두 만들어낼 수 있는 설비를 이미 갖추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빈 땅에 공장을 새로 짓는 대신 기존 공장을 인수하는 방식을 택한 배경에는 속도와 안정성을 잡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통상적으로 공장을 짓고 설비를 들여와 시범 가동을 거쳐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이미 검증된 공장을 인수하면 이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이번 계약에는 단순히 건물과 기계만 사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과 생산하던 물량까지 모두 품는 내용이 포함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당 시설에서 생산하던 기존 제품에 대한 계약을 그대로 승계한다. 인수와 동시에 대규모 위탁생산(CMO) 물량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삼성 측은 향후 중장기 수요와 공장 가동 상황을 지켜보며 생산 능력을 더 늘리는 추가 투자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한국과 미국을 잇는 이원화된 생산 체계 구축은 글로벌 고객사들에 매력적인 카드가 된다. 고객의 상황에 따라 한국에서 생산할지, 미국에서 생산할지 유연하게 옵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미 지역 고객사들과 물리적 거리가 좁혀지면서 협업의 기회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 공급망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한쪽이 멈추면 다른 쪽에서 생산하면 되니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위탁 개발 생산(CDMO)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는 이번 인수에 대해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 발전과 미국 내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한 회사의 전략적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방 정부나 주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해 고객 지원과 바이오의약품 공급 안정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숙련된 현지 인력과의 협업을 통해 락빌 시설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겠다는 포부도 덧붙였다.

GSK 측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레지스 시마르 GSK 글로벌 공급망 총괄 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장기 파트너라고 칭했다. 그는 이번 거래로 미국 환자들을 위한 주요 의약품 생산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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