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병원이 왔어요!”~함평 ‘행복버스’, 5천 명 어르신 얼굴에 웃음꽃 선물
2025-12-2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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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무릎엔 ‘침’ 한 대, 답답한 마음엔 ‘노래 한 곡’… 마을회관 앞 찾아온 아주 특별한 하루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아이고, 무릎 아파서 읍내 병원 한번 가려면 큰맘 먹어야 혀. 근디 요로코롬 동네까지 찾아와 주니 얼마나 좋아!”
버스를 타기도, 오래 걷기도 힘들어 아픈 곳이 있어도 꾹 참기만 했던 농촌 어르신들의 얼굴에, 모처럼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의사 선생님을 싣고, 노래와 활기까지 가득 싣고 달리는 함평군의 ‘건강드림 행복버스’가 올 한 해 5천 명이 넘는 우리 이웃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배달했다.
지난 1년간, 이 특별한 버스는 함평의 마을 구석구석을 176번이나 찾아갔다. 버스가 마을회관 앞에 서는 날이면, 그날은 동네 전체가 활기로 넘쳤다.
#‘종합병원’ 부럽지 않은 만능 버스
버스 안에서는, 아픈 허리를 치료해주는 한의사 선생님, 꼼꼼하게 치아를 봐주는 치과 선생님, 혈압과 혈당을 재주는 간호사 선생님까지. 마치 작은 ‘종합병원’을 옮겨 놓은 듯했다. 어르신들은 이곳에서 진료도 받고, 건강 상담도 받으며 그동안 쌓아뒀던 건강 걱정을 시원하게 털어냈다.
#마음까지 치료하는 ‘행복 충전소’
‘행복버스’의 진짜 특별함은, 진료가 끝난 뒤에 시작됩니다. 버스 밖에서는, 전문가의 시원한 발 마사지에 쌓였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고, 예쁘게 칠해진 손톱을 보며 소녀처럼 웃음 짓습니다. 다 함께 신나게 난타를 배우고, 목청껏 노래를 부르다 보면, 몸의 아픔은 물론 마음의 시름까지 훌훌 날아갑니다.
심화섭 함평군 보건소장은 “몸이 아파도 병원 가기 힘든 어르신들이 단 한 분이라도 없도록 하자는 마음으로 버스를 운행했다”며 “어르신들이 진료를 받고, 함께 웃고 즐기시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내년에는 더 많은 분께 건강과 행복을 드릴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달리겠다”고 약속했다.
올 한 해의 운행은 끝났지만, ‘행복버스’가 남기고 간 따뜻한 온기는, 함평의 겨울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