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제 가족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판글 쓴 것 맞다...비난받을 일 아냐”
2025-12-3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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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당게 사태에 입장 밝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자신의 가족이 당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판하는 글을 작성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이는 잘못된 행동이 아니며, 비난받아야 할 대상은 가족이 아닌 자신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30일 SBS 라디오 '주영진의 뉴스직격'에 출연해 "제 가족들이 익명이 보장된 당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인 사설과 칼럼을 올린 사실이 있다는 것을 제가 나중에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글이 작성될 당시에는 이를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는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같은 날 이른바 '당원게시판 사태(이하 당게 사태)'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개한 직후 나온 발언이다. 당게 사태는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이 올라왔고, 한 전 대표 가족이 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말한다.
당무감사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동일하며, 전체 87.6%가 단 2개의 인터넷 프로토콜(IP)에서 작성된 여론 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오늘 당무위에서 마치 제가 제 이름으로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도 있던데, 저는 (당 홈페이지에) 가입한 사실조차 없기 때문에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장동혁 현 대표가 이번 사안의 경위를 미리 파악하고 있었으며, 과거에는 오히려 자신을 옹호하는 입장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작년 말 소위 '김옥균 프로젝트'라고 저를 당 대표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여러 공격이 있었을 때 당시 제가 신뢰하던 장동혁 의원에게 이 (당원 게시판) 상황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장 의원이 여러 방송에 나가 '익명 게시판에 문제없는 글을 쓴 것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게 하나도 없다'라고 아주 강력하게 설명했었다"며 "장 대표가 당 대표가 되고서 정치 공세를 위해 다시 꺼내는 걸 보고 참 안타까웠다"고 했다.
지난 1년간 왜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게시판은 당에서 당원들에게 익명으로 글을 쓰라고 허용해준 것"이라며 "정부나 권력자를 비판하는 글을 게시한 사람이 누군지 나중에 색출하는 전례를 남기면 안 된다"고 답했다.
당원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해 제대로 가야 한다는 칼럼을 올린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만약 가족이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린 게 비판받을 일이라면 제가 정치인이라 일어난 일이니 저를 비난하시라. 가족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31일 한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을 향해 "동명이인 한동훈의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하는 등 게시물 명의자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당무감사위가 '한동훈' 명의로 작성된 상대적으로 수위가 높은 글들을 한 전 대표 가족의 게시물로 조작해 발표했다는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저는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이미 공식적으로 확인되어 있다"며 "동명이인 한동훈 명의 글은 바로 무관하다는 것이 탄로 날 테니, 상대적으로 수위 높은 게시물들을 가족 명의로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작'에 대해 이호선 씨와 가담자들, 그 배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민주당과 싸워야 할 때 이렇게 '조작까지 하면서 민주당을 도와주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호선 위원장은 같은 날 자신의 블로그에 반박 자료를 게재하며 "'동명이인'이라면서 '가족이 썼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다"고 맞섰다.
이 위원장은 "'사설과 칼럼 위주'라는 것도 거짓이다. 실제 댓글에는 '숨통 끊어야 한다', '살고 싶으면 사퇴해라' 같은 표현이 있다"고 한 전 대표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당대표로서 당의 권한과 자원을 사유화해서 자기 보호에 쓴 것, 이것이 본질"이라며 "언론 플레이 말고, 당의 공식 질의에 답변하고 명의 도용자에 대한 수사의뢰부터 하라"고 촉구했다.
당무감사위 발표를 놓고 당내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친한동훈계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하필이면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사임한 날에 이뤄진 이호선(당무감사위원장)의 당무감사 발표에, 고의라는 의심까지 드는 그 정무적 판단이 놀랍다"며 "이렇게 연달아 재를 뿌리기도 참 쉽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장동혁 대표가 발탁한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페이스북에 "이 정도면 부끄러워서 정계 은퇴를 해야 할 문제"라며 "겨우 이런 수준의 인간이 잠시나마 국민의힘을 대표했다는 게 너무 참담하다"고 비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당무감사위 조사 결과 한 전 대표 가족들이 자신에 대한 비방글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좀 음습한 곳에서 또 다른 자아로 괴팍한 취미를 가진 누군가의 행동이라고 여기겠다"고 비난했다.